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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하는 러 언론인들…“정부 선동에 동조할 수 없어”

이현정 기자I 2022.03.25 16:23:13

러 국민 국영매체 의존도 높아…정부, 선전도구로 활용
현지 언론인 “정부에 동의하지 않지만 버티고 있는 것”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부가 여론통제 강화에 나서자 러시아 국영 매체 소속 언론인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선전 활동에 가담할 수 없다는 이유다.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에서 기습 반전시위를 벌여 주목을 받은 채널1의 직원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사진=AFP)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국영 매체에서 정부의 기만적인 보도지침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4명의 언론인과 직원이 퇴사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국영 매체 채널1의 직원 마리나 오브샤니코바는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 중 “이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기습 반전시위를 벌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의 모든 국영 텔레비전 네트워크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부상하면서 그 영향력이 비교적 감소했지만,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6%가량의 러시아인이 정보를 접할 때 여전히 국영 텔레비전 방송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쟁 발발 이후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던 매체인 ‘에호 모스크바(모스크바의 메아리)’, ‘티브이 레인(TV Rain)’ 등은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서방의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차단되면서 국영 매체의 파급력이 더욱 확대됐다고 NYT는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채널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서방의 지원을 받는 신나치주의자들에 대항해 우크라이나의 자유 실현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실어 날랐다. 민간인의 시신이나 파괴된 건물들의 사진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비난하거나 우크라이나군이 자국민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러시아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현지 언론인과 직원은 뒤따를 결과가 두려워 적극적인 반발이나 사퇴에 주저하고 있다고 짚었다.

채널1의 프랑스 파리 주재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잔나 아갈라코바는 정부를 비판하며 사임한 후 여러 지인과 연락이 끊겼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정부의) 논조에 동의해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책임져야 하는 가족과 대출과 같은 버텨야 할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유명 언론인 알렉산드르 네브조로프는 지난 22일 인스타그램에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사진을 올린 후 군사 작전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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