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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철스크랩 담합 적발…현대제철 등 3천억 과징금 ‘철퇴’

김상윤 기자I 2021.01.26 12:00:50

155회 구매팀장간 모임에서 담합
공정위, 역대 4번째 과징금 부과
정보교환금지 등 강력한 시정명령도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8년간 철강 스크랩 구매 과정에서 담합을 한 7개 제강사들이 경쟁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공정위는 현대제철 주식회사, 동국제강 주식회사, 대한제강 주식회사, 와이케이스틸 주식회사, 한국제강 주식회사, 한국철강 주식회사, 한국특수형강 주식회사 등 7개 제강사에 대해 담합 혐의로 과징금 3000억83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그간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4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철스크랩은 철강제품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폐철강제품(폐가전제품, 폐자동차) 등을 수집해 선별·가공처리한 고철이다. 철근 등 제강제품(철근, 강판)의 주 원재료다. 수집상이 철스크랩을 수집한 뒤, 납품상(구좌업체)을 거쳐 제강사에 납품되는 방식으로 유통이 이뤄진다.

철스크랩 시장은 국내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은 ‘만성적 초과 수요 시장’이다. 철스크랩 가격이 변동폭이 크다 보니 제강사들은 담합을 고안했다.

이들 7개 제강사는 2010년~2018년 철근 등 제강제품의 원재료인 철스크랩의 구매 기준가격의 변동폭 및 그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스크랩 구매기준가격 변동계획, 재고량·입고량, 수입계획 등 스크랩 구매 가격에 미칠 수 있는 주요 정보를 주고 받은 것이다.

담합은 구매팀장 모임과 구매팀 실무자들 간 정보 교환을 통해 이뤄졌다. 2016년전까지는 직접 모임을 통해 ‘짬짜미’를 했고, 2016년 이후부터는 구매팀장 모임을 자제하는 대신 각사 구매팀 실무자들끼리 주요 정보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지속했다.

제강사 구매팀장들은 모임 예약시 가명(김철수, 오자룡, 마동탁 등)을 사용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회사 상급자에게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 구매팀장 모임시 법인카드 사용을 일절 금지하고 현금을 갹출하여 식사비를 결제하고, 모임 결과에 대한 문서작성을 금지하기도 하는 등 은밀한 담합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애초 영남권과 인천권을 중심으로 담합이 이뤄졌다고 봤지만,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인천권의 경우 담합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한 ‘느슨한 담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현대제철, 동국제강에 대해서만 제재를 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정보교환 금지명령 등 시정명령도 부과했다. 철강스크랩 관련 재고량, 입고량, 수입계획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할 경우 사실상 철스크랩 구매 가격을 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정기 카르텔조사국장은 “스크랩 구매시장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동안 이루어진 담합을 적발·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철스크랩 구매시장에서 제강사들이 담합하여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해온 관행을 타파함으로써,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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