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하남시와 한국전력공사(한전) 간 ‘500kV 동해안-동서울 HVDC 건설사업’ 관련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나온 이현재 하남시장의 말이다. 이 약속은 10개월 만에 하남시의 일방적 협약 파기로 돌아왔다.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증설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결국 협약 파기로 이어지면서 하남시 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 각종 대형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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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는 이보다 앞선 지난 4일에는 한전이 신청한 345kV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건축허가·옥내화 토건공사 행위허가·옥내화 관련 전력구 정비공사 행위허가와 500kV 동서울 변환소 본관 부지 철거공사허가 등 4건의 허가신청을 불허했다. 허가신청 불허와 협약 해지 모두 동서울변전소 증설에 따른 주민 반대 여론에 의한 것이다.
한전은 정부의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 일환으로 6996억원을 들여 하남시 감일동 산2번지 일대 연면적 6만4570㎡ 규모 동서울변전소를 2026년까지 옥내화하고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환설비를 증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4차례에 걸쳐 감일동 인근 주민자치회·새마을협의회·입주자 대표 등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진행했고 올해도 이어가려 했으나 올해 총선 이후 갑자기 반대 여론이 불거지며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하남시가 건축·행위허가 불허에 협약까지 파기하면서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한 국책사업은 멈춰 서게 됐다.
하남시는 행정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전과 업무협약 당시 변전소 증설계획을 충분히 인지하고 상생협의체까지 구성했음에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한전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법적 대응 등을 예고했다.
한전 관계자는 “하남시와 협약을 통해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했지만 하남시 측에서 협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우리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예고한 것처럼 하남시를 상대로 이의제기와 행정심판·소송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비롯해 동서울 변전소와 유사한 도심지 내 시설 견학 등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협약 해지 사유인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에 대해 하남시 관계자는 “문구 그대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은 없다”고 답했다.
하남시의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이 중단되면서 시가 추진 중인 대형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정부는 하남시가 추진 중인 ‘K-스타월드 조성사업’을 돕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기존 42개월 걸리는 행정절차를 21개월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적용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하남시가 한전과 협약 해지라는 초강수까지 들고 나오면서 향후 정부 지원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