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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초과이익 제한적”…횡재세 도입 신중론 제기한 국회

이명철 기자I 2023.03.28 15:22:56

용혜인 ‘은행 초과이익 50% 과세’ 등 횡재세 입법 논의
입법처 “초과이익 기준 규정해야, 소급입법 문제도 검토”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최근 큰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게 횡재세 명목의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국내 은행은 초과 이익 규모가 제한적이고 무리하게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할 경우 입법론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자발적인 사회 공헌 확대나 관행 개선 등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시내 한 현금인출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해당 국가의 세법 체계 및 산업규제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접근할 문제”라고 밝혔다.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에 따라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간주되는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입법처는 정의했다.

국내에서는 고금리와 고유가에서 큰 이익을 거둔 은행권과 정유업계 대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횡재세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기업이 거둔 초과이익을 ‘초과소득세’로 과세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 법안은 용혜인 의원이 발의했다. 은행 초과 이득 50%를 세율로 과세해 초과이득공유 기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해외에서도 횡재세를 일부 도입했거나 논의 중인 국가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9월 ‘연대기여금’란 명칭의 횡재세를 도입키로 했다. 연대기여금은 화석연료 부문 EU 회원국 기업이 2022~2023년에 거두는 초과이윤에 대해 최소 33%의 세율로 부과될 예정이다.

영국도 석유·가스회사에 에너지 이익 부담금 명목으로 25%의 추가 세율을 부과키로 했다. 미국은 석유회사들의 초과이익에 소비세 형태로 과세하는 법안이 발의돼있다.

입법처는 횡재세를 입법할 때 과세해야 할 초과이익의 기준이 어느 정도 범위인지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또 우리나라 법인세는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세금도 늘어나는 누진적 구조이기 때문에 초과이득을 추가로 과세하는 것에 대한 근거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영업실적에 대해 횡재세를 물릴 경우 이미 납세 의무가 성립한 과세 연도를 소급하겠다는 취지기 때문에 헌법이나 세법 규정을 감안하면 입법론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에 대한 횡재세의 경우 간접적으로 소비자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되지만 반론도 제기된다고 입법처는 전했다.

우선 국내 금융권은 최근 금리 상승에도 글로벌 은행과 달리 금융당국의 금리, 수수료 등 전반에 규제 강도가 높아 초과이익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안심전환대출 등 금융권의 공적 기능도 강화되는 추세다.

실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1.00%에서 1.25%로 오른 이후 현재 3.50%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반면 신규취급액 기준 금융기관 평균 대출금리는 지난해 1월 3.45%에서 올해 1월 5.46%로 60% 정도 상승에 그쳤다.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긴 하지만 상승폭은 기준금리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은 다른 국제 금융기관에 비해 사회 공헌 비율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최근 3년(2019~2021년)간 당기순이익대비 사회공헌금액 지출액은 8.2%로 1% 수준인 글로벌 금융회사를 크게 웃돈다. 일반 국내 기업들의 경우 3~4% 정도라고 은행연은 전했다.

입법처는 “실효성 측면에서 무리하게 과세권을 확대하기보다는 해당 업종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확대나 기업 경쟁구조 확립, 유통·거래 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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