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은행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혁신 방안을 인수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은행권이 건의할 사항은 총 8개 부문으로 △은행의 비금융 서비스 진출 확대 △데이터 수집·활용 규제 혁신 △은행의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 허용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신탁규제 혁신 △방카슈랑스 규제 혁신 △경영 자율성 제고 △내부통제 자율성 제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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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눈에 띄는 내용은 가상자산 서비스 진출 허용이다.
은행권은 공신력 있는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는 것이다. 향후 제정될 가상자산업법에서 정의하는 가상자산업종 전체를 영위할 수 있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일부 가상자산사업자에 의한 독과점 발생 등 시장 불안정성에 대한 이용자 보호 조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가상자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했지만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은행’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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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은 고객 동의를 받으면 ‘영업’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자회사와 공유할 수 있지만, 은행은 고객이 동의하더라도 영업 목적으로는 공유가 불가능하다. 은행권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신용위험 관리 등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정보를 모으고 활용할 수 있다.
그 결과 금융권 주도의 데이터 혁신이 사실상 어렵다고 은행권은 호소하고 있다. 빅테크가 유통·통신·여행·배달·운수업 등 다양한 상거래 사업을 기반으로 금융에 진출하고 있어 고객의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15개 업종만 자회사 가능...“해외법인 인수 어려워”
은행권은 비금융 사업 진출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산업자본인 테크 기업은 전자금융업자나 인터넷은행 등 금융에 자유롭게 진출하며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반면 금융자본인 은행은 비금융 산업을 영위할 수 없어 혁신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현재 은행은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정한 15개 ‘금융(관련)업종’만 자회사로 둘 수 있다. 15개 업종에 포함하지 않는 회사를 인수하려면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은행권은 이러한 규제 탓에 금융과 비금융 업무를 동시에 하는 해외 현지법인 인수가 어렵고 인수하더라도 절차가 지연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으면 15개 업종 이외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우회로가 있지만 최대 4년인 혁신금융 지정기간이 지나면 사업을 종료해야 해 향후 사업철수 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은행권은 금융지주사법,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은행법 등을 개정해 ‘투자한도규제방식’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가 정한 15개 업종에 포함하지 않으면 은행이 자기자본의 1% 한도 내 투자를 허용해달라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은 통신업, 음식배달업 등을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검토한 초안을 바탕으로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의견을 모아 확정하면 건의서를 인수위에 전달할 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