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벌레와의 전쟁'…"러브버그, 내년에 또?"

조민정 기자I 2023.07.11 16:31:32

''고온다습한 날씨'' 곤충 서식 환경 ''최적''
일본뇌염 모기, 작년보다 3주 빨리 발견
잠잠해진 ''러브버그'' 내년에도 대규모 출몰
''날파리트랩'', ''뜨거운물 붓기'' 등 퇴치 노하우도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운전하는데 신호 걸릴 때마다 대여섯 마리씩 러브버그가 달라붙는 거 보고 소름 끼쳤어요.”

지난달 서울 은평구에서 자동차를 끌고 고양시까지 이동한 김모(31)씨는 30분 남짓 시간 동안 팔에 닭살이 돋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차에 붙는 러브버그를 뚫고 집에 도착한 김씨는 달리는 차에 치인 벌레들 사체들 모습을 보고 경악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세차한 지 며칠 안됐는데 또 세차했다”며 “잘 떨어지지도 않아서 다시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한 가정집 창문에 붙어있는 러브버그.(사진=연합뉴스)
때이른 폭염에 높은 습도로 기후변화가 나타나면서 최적의 서식 조건을 맞이한 벌레들이 지난해보다 빠르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출몰한 러브버그는 올해 벌써 서울 전역뿐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까지 영역을 넓혀 북한산 등을 점령했다. 1년에 한 번 왕성하게 활동하는 러브버그 특성상 대부분은 현재 자취를 감췄지만 내년에도 또다시 대규모로 출몰할 가능성이 높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박모(27)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창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까만 벌레를 보고 “러브버그일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무슨 벌레인지 모르고 ‘이게 뭐지’ 했는데 뉴스로 러브버그인 걸 알고 나선 길거리에서도 날아다니는 게 보이고, 카페에서도 보였다”고 했다. 강남구의 고층 아파트에서 러브버그를 발견했다는 20대 김모씨 또한 “처음 봤는데 소리도 너무 이상하고 크기도 너무 크더라”며 “아파트 높은 층까지 올라온 게 놀랍다”고 혀를 내둘렀다.

러브버그는 짝짓기할 때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비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털파리과 곤충에게 붙은 별명이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한꺼번에 우화(羽化)하면서 개체군이 급증했다. 중국 남부와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 서식하던 외래종이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한국까지 넘어왔다.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른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탓에 많아진 건 모기와 초파리, 날파리 등도 마찬가지다.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는 지난해보다 3주가량 빨리 발견되면서 일본뇌염 주의보도 내려졌다.

‘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벌레 퇴치에 효과가 좋은 ‘날파리 트랩’ 등 물품이나 뜨거운 물을 배수구에 버리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28일 기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벌레 퇴치용품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90% 증가했고 △모기 기피제 △방충망 △유아용 해충 퇴치용품도 판매가 늘었다. 오프라인 편의점 GS25에선 같은 기간 방충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37.1%, 전월 동기 대비 138.1% 증가했다.

경기 군포에서 거주하는 40대 여성 이모씨는 “아직 7월 초인데 벌써 모기가 극성이라 모기퇴치를 하려고 온갖 퇴치용품을 써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새 집으로 이사한 홍모(27)씨 또한 “날이 덥고 습해서 벌레가 꼬일까 봐 걱정”이라며 “뜨거운 물 붓는 게 가장 좋다고 해서 며칠 전에 해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위생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벌레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쓰되, 여름철 벌레라고 해서 모두 해충이 아니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거의 1년 내내 활동하는 모기, 파리와 달리 사람에게 병균을 옮기거나 해를 끼치는 곤충이 아니기 때문에 구분해서 방충해야 한다”며 “익충을 무차별적으로 방충할 경우 생태계 교란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북구 임동 하천에서 지난달 19일 보건소 직원들이 이른 더위로 활동이 빨라진 모기 퇴치 방역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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