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제공] 최근 여성을 노린 납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을 납치한 뒤 성폭행을 시도하고 토막 살해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수원 20대 여성 살인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금품을 목적으로 여성을 노린 납치강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범죄 대항능력이 떨어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어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여성을 상대로 납치강도와 같은 강력 범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경찰의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9일 심야에 귀가하는 부녀자를 납치해 달아난 축구선수 출신 김모(28)씨와 프로야구 선수 출신 윤모(26)씨를 특수강도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5일 오후 8시께 서울 강남구 청남동 CGV 앞 노상에서 시동을 켜 놓은 채 잠시 대기 중이던 승용차 1대를 훔쳤다.
이들은 이 차량으로 강남 일대를 배회하다 다음날인 26일 오전 2시20분께 강남구청 앞 대로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해 차량을 훔치고 박모(45·여)씨를 납치했다.
박씨는 차량이 서행하는 틈을 타 탈출해 뒤따르던 택시를 타고 범인을 추적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들은 차를 버리고 도주했지만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건 발생 20여분만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군대 선후배 사이로 사업투자에 실패해 은행 이자 등을 갚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부녀자를 납치해 돈을 빼앗은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30일 심야시간에 귀가하는 부녀자를 승용차로 납치해 현금을 빼앗은 윤모(35)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윤씨가 도피중인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주거지에서 숙식과 도피자금 등을 제공한 윤씨의 여자친구 신모(38·여)씨를 범인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 등은 지난 2월7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승용차를 주차하던 신모(41·여)씨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차량에 태운 뒤 경기도 용인과 분당 등 수도권을 돌며 현금 103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강모(35)씨를 사건 발생 7일만인 지난 2월14일 검거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초등학교 동창 사이로 술집과 개인택시를 운영하다 각각 수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빚 독촉에 시달리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으로부터 금품을 빼앗기 쉬울 것으로 판단해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처럼 계획적으로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납치강도 등 각종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납치 사건 발생 건수는 172건에 달했다. 이는 2007년 103건에 비해 67%나 증가한 수치다.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만2000여건에서 1만8000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도 468건에서 477건으로 증가했다.
범죄자들이 부녀자를 범행 목표로 삼는 주된 이유는 여성들이 물리적·심리적으로 범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납치과정에서 흉기로 위협해 곧바로 금품을 빼앗거나 인질로 잡아 거액의 몸값을 뜯어내는데 유리하고, 성폭행과 같은 신체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수치심이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주저하는 것도 부녀자 대상 범죄가 늘어나는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여성 상대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여성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덩달아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거나 호신 용구들을 구입하는 등 자극책을 찾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정미(31·여)씨는 "야근을 하고 밤 늦게 귀가할 때 인적이 드문 곳은 일부러 피해다니고 있다"며 "최근에 인터넷에서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입해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호루라기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항상 소지하고, 112 범죄신고 등을 단축번호로 입력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피해를 당해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녀자를 상대로 한 납치강도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전과자뿐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마저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며 "특히 저항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범죄 대상자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이나 직업훈련 등과 같은 사회적 도움이 절실하다"며 "정부는 인적이 드문 곳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치안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