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3E 엔비디아 공급 임박했나…"생산 2배 확대"(종합)

김정남 기자I 2025.01.31 14:47:05

삼성 "HBM3E 개선 제품 2분기 본격 공급"
''큰 손'' 엔비디아 겨냥한듯…납품 임박 관측
''HBM 대전'' 대비…올 생산량 2배 확대 목표
HBM4 판 뒤집어 업계 ''2강 구도'' 재편 과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큰 손’ 엔비디아에 대한 삼성전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량을 두 배 이상 늘리며 ‘HBM 대전’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6세대 HBM4 시대 들어서는 업계 경쟁 판도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HBM3E 개선 제품 2분기 본격 공급”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3E 개선 제품을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사에 올해 1분기 말부터 공급할 예정이고 2분기부터는 가시적인 공급 증가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HBM3E 개선 제품은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HBM3E 납품을 목표로 했는데, 다소 늦어졌다. 이를 두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ES 2025 때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HBM3E의 설계 문제를 거론하며 에둘러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가 엔비디아 납품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엔비디아가 AI 필수품으로 꼽히는 최첨단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HBM을 탑재해야 수익성이 확 높아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수준의 위상을 빠르게 얻은 것은 엔비디아에 대한 독점 공급과 직결돼 있다.

김 부사장의 언급은 이날 실적 발표 직전 나온 블룸버그 보도로 인해 더 주목 받았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제품의 공급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엔비디아의 중국용 AI 가속기에 납품할 제품이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HBM3E 8단과 12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부사장의 발언까지 종합하면, 엔비디아에 대한 납품은 이르면 두 달 후인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 보인다.

◇6세대 HBM4 판 뒤집기 나서는 삼성

이번에 8단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HBM 시장을 장악한 SK하이닉스와 당장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으며, HBM3E 16단 납품까지 가시화했다.

김 부사장은 “2분기 고객사 수요가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해서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HBM3E 16단의 경우 고객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스택 검증 차원에서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이미 전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배 이상 HBM 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며 “‘메모리 집중’ 전략의 바탕에는 HBM 드라이브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그 연장선상에서 6세대 HBM4의 경쟁 판도를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3E 공급이 현실화한다고 해도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이 워낙 커 초기 물량은 미미하겠지만, 이를 계기로 HBM4 시장은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 부사장은 “HBM4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HBM4와 HBM4E 기반 커스텀(맞춤형) HBM 과제도 기존 계획에 맞춰 고객사와 기술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삼성 반도체가 수익성을 높이려면 HBM4 시장에서 판을 뒤집어 ‘2강 구도’로 재편하는 게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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