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정 인턴기자]
“한계 대학으로 선정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지난 14일 서울 소재의 4년제 사립 대학교에서 만난 재학생은 올해 이 학교가 재정지원 제 한대학(한계,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사실을 몰랐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되면 국가장학금 지원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일부 대학들은 이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시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2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 평가는 전년도와 동일하게 교육여건과 성과 등 주요 정량 지표를 활용하여 평가했다. 그 결과 미충족 지표 수가 3개인 경우 제한 대학 1유형으로, 4개 이상인 경우는 2유형으로 지정했다.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이 50% 제한되는 ‘1유형’에는 4년제 대학 4곳과 전문대 6곳이 지정됐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모두 100% 제한되는 ‘2유형’에는 4년제 대학 5곳과 전문대 6곳이 지정됐다.
2유형에 해당하는 4년제 대학 5곳 중 “학생들에게 공시했다”고 답한 학교는 1곳, 나머지 4곳은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교육부를 통해 보도자료가 나갔기 때문에 알만한 학생들은 다 알 것”이라고 답한 학교도 있었다.
실제 캠퍼스에 만난 학생들의 반응은 이와 달랐다. 재학생 A씨(무용과)는 “국가장학금이 안 나오는 줄 몰랐다”면서 “재정지원 제한 대학인 줄 알았다면 입학 때 좀 더 고민해봤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 재정은 등록금 지원에 전력… 시설 개선은 언제쯤
B 대학교는 2022년 기준 인문대 평균 등록금이 약 365만 원이다. 지난 해 까지는 재정지원대학 1유형이었지만 올해 2유형으로 등급이 더 떨어지게 되면서 등록금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학교 측은 이를 완화하기 위해 소득분위 최고등급(1분위) 기준 260만 원을 신입생들에게 일괄 지급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면했지만 한정된 예산 내에서 학비 감면에 많은 재정을 쏟다 보니 학교 사정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캠퍼스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은 노후화된 교내 시설이 올해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C씨(사회복지학과)는 “학생 식당이나 카페가 없는 게 가장 불편하다”면서“빈 강의실에서 밥을 먹을 때도 많고 냉난방이 잘되지 않아서 항상 교내가 춥거나 덥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학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른 사업이나 기부금 등의 형태로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전 구성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폐교보다는 퇴로 마련, 구성원이 함께 합의해야
교육부는 지난 1월 대학 일반재정지원을 위한 평가체제 개편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2024년 재정진단 결과에 따라 경영 위기 대학으로 지정된 사립대는 2025학년도부터 대학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평가를 재단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실시하는 기관 평가 인증 획득 여부로 대체하기로 했다
올해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교 관계자는 개편방안에 대해 “수도권의 규모가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지방의 소규모, 혹은 종교대학들도 폐교하지 않고 상생할 방안도 필요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한국 사학재단은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새로 실시하게 될 재정진단은 1차 진단 이후 경영 위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자문과 이행과제 제시를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면서 “폐교가 아니라 경영상 어려운 학교를 선별하고 이들에 대한 획기적인 구조 개선 논의와 퇴로 마련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 목록의 발표 시기도 수시 모집 이전에 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도 넓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