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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대변인은 7일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류미진 총경, 이 총경,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계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전날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우선 류 총경과 이 총경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당시 현장 상황을 파악해 경력 대응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지만, 업무 태만과 지휘 관리 소홀로 윗선 보고가 지연돼 결과적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당직이었던 류 총경은 근무지인 112상황실을 이탈해 본인 사무실에 머물다 상황을 뒤늦게 인지해 늑장 보고했다. 이 총경은 차량 정체를 이유로 차 안에서 1시간가량 허비하다 오후 11시5분에서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고, 상황보고서에는 오후 10시20분에 도착했다며 허위작성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직권남용·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핼러윈 데이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경고한 내부 보고서를 참사 뒤 삭제한 혐의와 이를 회유한 의혹을 받는다. 김 대변인은 “정보보고서가 경찰청 첩보 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사실과 이 보고서가 (관리규칙에 따라) 72시간 후 자동 삭제됐고, 작성자의 PC에 저장된 정보보고서 한글파일(원본)도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과정에서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회유한 정황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소방서장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김 대변인은 “사고발생 전 접수된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 및 119신고에 대한 처리가 적절했는지 여부, 사고 현장 당시 구조 활동 내역, 핼러윈 데이 소방안전대책 문서, 당일 실제 근무내역 등을 확보해 파악한 결과 혐의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용산구청장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김 대변인은 “이태원 일대 인파 밀집을 예견 가능했는지 여부, 재난책임관리기관으로서 유관기관 협조 요청 등 인파밀집에 따른 사고 예방 대책 내용, 사고 발생 전후로 부서별 공무원들의 처리사항 등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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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청 관계자 2명, 용산경찰서 관계자 14명, 목격자와 부상자를 포함한 이태원 인근 업소 관계자 등 15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특히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토끼 머리띠’ 남성은 혐의를 벗었다. 김 대변인은 “토끼 머리띠 남성 A씨를 참고인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상 위치나 CCTV 분석 결과 혐의점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각시탈을 쓴 2명이 길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소환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관련 CCTV를 확인한 결과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 빔’(Jim Beam)이라는 술이었고, 해당 장면이 촬영된 위치 역시 참사 현장이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특수본은 참사 원인 규명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수본은 현재 각종 매뉴얼 등 현물 611점과 녹취파일 등 전자정보 6521점, 휴대폰 2대 등 총 7134점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참사 현장 인근 CCTV 영상 57개와 SNS 영상 등 78개, 제보 영상 22개 등 총 157개 영상에 대해서도 1차 분석을 완료해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난달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1차 합동 감식으로 확보한 3D 스캐너 계측 결과를 바탕으로 지리 위험도를 분석 중이며, CCTV 영상 자료 등을 토대로 시간대별 군집도 변화도 파악 중이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추가로 국과수와 함께 2차 합동 감식도 진행했다.
이번 참사와 관련해 경찰 수뇌부 조사를 비롯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대변인은 “행안부와 서울시 등 각 기관 법령상 책무와 역할에 대해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제기되는 모든 의혹에 대해서 본격적인 소환조사와 추가 강제 수사를 통해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성역없는 수사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