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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관이 뭐길래…대통령실-야당 왜 각 세울까[이슈분석]

박태진 기자I 2022.08.23 17:06:56

尹 취임 후 줄곧 특감 임명 놓고 여야 신경전
대통령실 “여야 추천 기다려”…공은 국회로
文, 공수처와 기능 겹친단 이유로 임명 안해
與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임명’ vs 野 ‘연계 경계’
공론화로 진전될지 미지수…논의 불투명 전망도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최근 여야가 특별감찰관 임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 정가(政街)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을 담당한다. 대통령 측근의 비위 척결을 위해 필요한 자리이지만,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과 야권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뭘까.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실 “국회서 추천하면 100% 수용”

특별감찰관 제도는 관련 법인 ‘특별감찰관법’이 2014년 3월 13일에 제정되고 그해 6월 19일에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특별감찰관 임명 이슈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따라다녔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특별감찰관 임명을 예고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임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특별감찰관 임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에서 먼저 논의해야 할 일”이라는 한결된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특별감찰관법 제7조에는 국회는 15년 이상 법원조직법에 해당하는 직(판사, 검사, 변호사 등) 출신 변호사 중에서 3명의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고, 대통령은 추천서를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1명을 지명해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야당에서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있다면 공문을 보내 추천해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법률에 따라 국회 논의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법령 어디에도 대통령이 먼저 요청하는 절차는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비서실장이 얘기했던 대로 국회에서 추천하면 100% 수용한다고 했다”며 “여야에서 추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대통령이 ‘수용하겠다, 안 하겠다’ 차원이 아니고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도입해 박 전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했다. 이 제도 도입으로 국정농단 사건의 서막이었던 미르재단 불법모금을 포착하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정권 때에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기능이 겹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옥상옥’의 개념인 특별감찰관을 둘 경우 공수처의 역할이 빛이 바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여권 탓을 하며 등 떠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들의 과업인 공수처 설립에 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말기 공수처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임명과 동시에 특별감찰관을 지명하자고 맞불을 놨다. 결국 특별감찰관 지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뒤로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 與 “미루면 ‘내로남불’…특별감찰관 추천할 것”

대통령실은 공을 국회로 넘겼지만, 공론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여야의 신경전에서 비롯된 ‘핑퐁게임’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특별감찰관 문제와 관련, 조건부 도입 제안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특별감찰관 임명이 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 모두 특별감찰관 임명 자체에는 원칙적으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동시 임명’과 특별감찰관을 연계했고, 민주당은 다른 쟁점과 걸지 말라고 맞받아치면서 실제 논의가 진척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정조사 등 첨예한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자칫 국민의힘의 ‘연계 전략’에 정국 주도권을 놓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과 정쟁에 휘말리며 차일피일 미룬다면 자칫 ‘내로남불’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며 “특별감찰관은 반드시 추천할 것”고 말했다.

여야의 극적인 합의로 6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 자리가 채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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