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표소송 결정 권한 수탁위에 일임, 부적절해"

손의연 기자I 2022.01.20 15:05:39

20일 경총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편중된' 수탁위로 이관하는 것"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연금 사회주의 비난 자초”
"수탁위는 순수 자문기구로 활용 제안"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경영계는 국민연금법 상 검토·심의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심의·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제치고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잘못된 권한위임’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경영계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은 현행처럼 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되,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면 수탁위가 아닌 기금위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탁위, 기금운용위 산하기구로 자문기구에 불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는 20일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탁위에 일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했다.

올해부터 예정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해 복지부는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탁위로 이관하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지침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수탁위가 판단하도록 이원화돼 있다. 예외적 경우는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수탁위에 결정을 요청한 사안, 수탁위 재적위원 1/3 이상이 수탁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한 사안 등이다.

이날 경총은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이라며 “수탁위는 정부가 주관하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기구로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로 구성된 자문기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침 개정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된 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현행 지침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동·시민사회단체에 의한 기업 경영개입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탁위에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지침 개정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국민연금 내부 지침에 불과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으로 잘못된 권한위임을 해서는 안된다”며 “기금운용본부 외에 대표소송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기금위 뿐이고,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수탁위는 기금위의 심의·의결 안건을 사전에 검토·심의하는 기구”라고 말했다.

◇“수탁위 개별 위원, 경제·기업·기금운용 전반 고려 못해”

발제에 나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는 “수탁자의 의무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대화”라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건전한 목적의 대화를 넘어선 과도한 경영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 기업 역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게 되고, 외국 헤지펀드들의 다양한 위협이 가능해진다”며 “국민 노후자금으로 주주노릇하면서 국민의 이름으로 경영간섭을 정당화하는 그것이 곧 ‘연금 사회주의’”라며 비판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정우용 상장협 정책부회장이 “‘권한과 책임의 일치’ 차원에서 수탁자책임 활동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담당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금위가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탁위는 법에 따라 기금위의 순수 자문기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고 발언했다.

기금위 위원인 경총 이상철 실장도 수탁위에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수탁위에 참여하는 개별 위원들의 전문성은 수탁자책임 활동, 즉 주주활동에 국한되는 위원회 특성상 경제 상황이나 기업 경영, 기금운용 전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총과 상장협 등 7개 경제단체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해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중요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남소방지를 위한 대상사건 제한 및 소송실익 검증장치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