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베이비붐 은퇴에 첫 자금이탈…변신 내몰린 美 퇴직연금

김태현 기자I 2015.06.16 16:29:44

미국 대표 기업퇴직연금 401K 자금 순유출
운용사, 수수료 내리고 신상품 만들어 혁신
"`밀레니얼 세대` 겨냥한 투자 전략 시급해"

401K 퇴직연금 순유출입 규모 출처=브라이트스코프 단위 억달러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미국 기업들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 운용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부터 1965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납입금보다 연금을 수령하는 고객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렇게 되자 연금 운용 수수료에 의존해왔던 자산운용사들도 변화를 모색하는 등 미 퇴직연금제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베이비붐 은퇴에 401K 자산 첫 감소

미국 시장 조사기관 브라이트스코프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베이비붐 세대 증가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한 401K 연금 규모가 지난 2013년도에 처음으로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순유출 규모는 114억달러(약 12조7486억원)에 달한다.

2014년 통계까지 집계되지 않았지만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401K 연금 순유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세룰리 어소시에이츠는 “내년 연금 적립금이 364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퇴자 수 증가로 유출 규모도 3660억달러로 늘어나 결국 순유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9년까지 401K 연금에서 적어도 516억달러가 이탈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는 이같은 추세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퇴직연금 수령 대상자는 2010년 270만명에서 올해 350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약 7600만명에 달한다.

◇운용사 수수료 낮추고 신상품 개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산운용사들도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수수료율을 낮추고 신상품을 개발하는가 하면 지난 1981~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공략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대형 운용사인 뱅가드그룹과 피델리티 등 401K 연금 운용 규모가 큰 금융기관들은 수수료를 낮추고 있다. 뱅가드그룹은 기존 0.63%였던 수수료 비율을 2013년 0.58%로 낮췄다.

밀레니얼을 겨냥한 투자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피델리티 투자 부문의 더글라스 피셔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아직까지 저축률이 높지 않다”며 “이를 끌어올리는 일이 앞으로 은퇴 시장에서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은퇴 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랜스아메리카 은퇴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20대 중 67%가 은퇴 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평균 1만6000달러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의 부모 세대인 50대가 31살에 넘어서야 은퇴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CNN머니는 보도했다.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28%는 월급 10% 이상을 401K 연금이나 IRA에 넣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업체 티로웨프라이스그룹 스캇 데이비드 대표는 “은퇴 후에도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계속 필요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들이 인생의 변환점에 서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상품들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도 개인퇴직연금으로 갈아타기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401K 연금에서 개인퇴직연금(IRA)로 자산을 옮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IRA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401K 연금보다 다양한 자산 운용이 가능한데다가 업계내 경쟁도 치열해 수수료도 거의 없다. 실제 IRA가 미국 은퇴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8년 25.9%에서 2013년 27.4%로 증가했다. 세룰리 어소시에이츠는 2003년 2050억달러 수준이었던 IRA 자산 규모가 2019년 5460억달러로 2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의 켄 워딩턴 애널리스트는 “이번 순유출 사례가 미국 은퇴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을 기점으로 자산운용사가 앞다퉈 비용을 줄이고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은퇴시장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