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도입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경기도가 처음 제정했고, 이후 서울·충남·광주·전북·제주·인천 등이 도입해 최근까지 총 7곳 지역에서 조례를 운영해왔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 보장 △휴식권 보장 등을 담고 있다.
성과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랑의 매’로 둔갑해 이뤄지던 체벌이 사라졌다. 머리길이나 옷차림을 제한했던 두발·복장 규제와 강제 야간자습도 사라졌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줄 세운 성적표를 교실에 붙여두던 문화가 느슨해진 것도 그렇다. 학생들을 통제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겠다는 접근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인권조례는 도입 이후 수차례 존폐 위기에 놓였다. 특히 작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추락’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폐지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인권조례가 학생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권’을 흔들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다.
인권조례의 폐지냐 존치냐를 넘어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모습은 더욱 우려스럽다. 한쪽에서는 무조건 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다른 쪽에서는 이참에 학생인권법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에선 학생이나 교사를 생각하는 진지한 고민은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학생 인권’이나 ‘교권’ 모두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치다. 보수·진보 간 정쟁에서 벗어나 양 쪽의 가치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