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요 식음료·주류업체들은 WHO의 발표 결과와 관계없이 국내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민감도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를 찾아나선 상황. 다만 원액을 해외에서 받아 사용하는 일부 제로탄산 음료와 영세한 막걸리 업체들은 이조차 녹록지 않아 긴장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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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WHO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14일 7시 30분(한국시간)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 분류 여부를 발표한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을 200배 더 내는 감미료로 열량이 0㎉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요 제로탄산 음료와 스낵, 막걸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섭취시 체내 대사 과정을 거쳐 아스파트산과 페니알라닌, 메탄올로 분해돼 배출된다. 일각에선 일부 메탄올이 간에서 다시 대사 과정을 거쳐 1군 발암물질 중 하나인 폼알데하이드 등으로 분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2B군 분류는 인체 발암성 관련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로 사실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국내 주요 식음료·주류업계는 2B군분류 여부보다는 이날 함께 발표하는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안전성 평가에 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JECFA 평가 결과 우리나라 국민 섭취량, 제외국 관리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JECFA의 평가에 따라 아스파탐을 첨가제에서 아예 배제하거나 기존 일일허용섭취량(ADI)를 조절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JECFA는 지난 1981년 아스파탐의 ADI를 체중 1㎏당 40㎎으로 설정했다. 체중 60㎏인 성인이 하루 2400㎎까지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 아스파탐을 활용하는 다이어트 콜라(250㎖ 기준) 55캔, 막걸리(750㎖) 33병을 마시는 수준이다.
식음료 업계 한 관계자는 “2A군에 65℃ 이상의 물, 붉은 고기나 2B군에 전자파나 피클, 김치와 같은 절임채소가 포함된만큼 아스파탐을 2B군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는 없다”며 “JECFA도 일정량 이하를 섭취할 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가졌던 터라 ADI 조절 가능성은 있지만 안전성 자체에 큰 문제를 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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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식음료·주류 업체들은 이미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일부 스낵과 주스 제품에 각각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하고 있는 오리온(271560), 크라운제과(264900), 빙그레(005180)는 일찌감치 대체 감미료 확보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마트(139480) 역시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의 음료 중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제로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 5종의 원료를 향후 2개월 여에 걸쳐 교체키로 했다. 막걸리 업계에선 서울장수가 아스파탐 배제를 검토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보다 건강과 관련한 소식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며 “유해성 여부와 관계없이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것 자체만으로 정상적인 제품 판매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즉각 대체 감미료 물색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미료별 특성이 달라 관능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해 최종 교체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제반 상황으로 쉽게 원료를 교체할 수 없는 곳들도 있다.
글로벌 본사인 펩시코로부터 원액을 받아 국내에 펩시제로를 생산·판매하는 롯데칠성(005300)음료가 대표적이다. 현재 본사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나 WHO의 구체적 발표 내용, 해외와 국내 간 소비자들의 성향 차이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영세 막걸리 업체들의 경우 원료 교체 기간 회사의 존폐여부 가능성도 높아 한국막걸리협회를 통해 적극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막걸리업계 한 관계자는 “막걸리 업계 공동의 사안이기에 식약처 추가 권고를 확인한 후 한국막걸리협회나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를 통해 공동의 대응 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