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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151.94엔으로 마감한 엔화는 이날 장중 153.84엔까지 치솟으며 154엔을 위협했다. 지난 7월 31일 이후 석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중의원 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자민당 단독은 물론, 연립정당으로도 중의원 과반(233석) 확보에 실패했다.
닛케이는 “선거 직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헤지펀드들이 선거 전 엔화를 매도한 것도 환율 변동성을 부추긴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투기성 투자자들은 이번 달 들어 처음으로 엔화 순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자산운용사들도 8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1만7226게약의 순매도 포지션으로 바꿨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의원 선거 이전에 나온 것으로 시장에서는 발 빠르게 선거 이후 정국 불안정 국면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수 과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보도가 지난 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화가 이토록 정치적 불확실성에 휘둘린 적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하며 “당국이 엔화 강세에 개입하도록 유도해 엔화의 매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엔화 변동성은 당분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시바 총리는 애초 긴축정책을 지지했으나 이달 초 일본 경제가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발언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데 이어 일본 총선에서도 참패하면서 정권 운영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엔화가 변동성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쇼키 오모리 미즈호 증권 수석 데스크 전략가는 “정부가 안정되지 않으면 헤지펀드를 포함한 엔 캐리 트레이더(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나 고수익이 기대되는 외국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들이 엔화를 매도하기가 매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시장은 1% 급락세로 출발있으나 거래 시작 30분 만에 2% 가까이 급등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저에 따른 수출 기업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감에 저금리 기조 유지 전망 등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