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에서 환영사를 통해 “수많은 혁신을 통해 인류의 삶을 바꿔 놓은 게 기업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기후 문제에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2024 WCE는 대한상의가 이날부터 사흘간 정부,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동으로 여는 행사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기후 기술로 열어가는 무탄소 에너지(CFE) 시대’다. 기후에너지 분야 국내외 기업, 주요국 주한대사 및 정부 고위급 인사, 국제기구 인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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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최신 인공지능(AI) 기술로 우리의 일상은 편해졌지만, AI 산업 확장으로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난제를 맞이했다”며 “실제 구글은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로 탄소 배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 7월 ‘탄소중립을 달성한 최초의 대기업’ 타이틀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을 0이 되게 하는 것)이 얼마나 도전적인 과제인지 실감하는 사례”라며 “이제 기업은 직접 탄소를 줄이는 ‘탄소 해결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이 앞으로 10년 남았고, 우리에게 탄소중립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경고했다”며 “이런 경고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는데, 단 하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사실은 변화의 속도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혁신의 속도를 끌어 올려야 한다”며 “변화의 속도를 더 내려면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예컨대 한국의 에너지 제도와 인프라는 40~50년 전 경제개발 시대의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다”며 “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무탄소 에너지 시대를 뒷받침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어서, 분산형 전원 확대 등을 고려한 유연한 전력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후 기술 개발에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 중심 시스템에서 인센티브 중심 시스템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에너지 산업을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국가기간산업 역할에서 돈을 벌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을 하는 주력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AI를 통한 에너지 절감 기술(삼성전자(005930)) △증강현실(AR) 활용 주거솔루션(LG전자(066570)) △수소자동차 급속충전기(SK E&S)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중립 철강생산기술(포스코홀딩스) △AI·인공위성 활용한 발전량 예측·수요관리 기술(해줌) △소형원자력(SMR)·수소터빈(두산(000150))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고압차단기(HD현대일렉트릭(267260)) △수소 누출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감지테이프(유니드(014830)) 등 국내외 기업 540여개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대한상의는 개막식에 이어 ‘CFE 리더 라운드 테이블’도 개최했다. 발표를 맡은 데이비드 강 블룸버그NEF 한일리서치 총괄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투자는 계속 증가해 지난해 1조7000억달러를 초과했다”며 “탄소중립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지난해 대비 200% 이상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