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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같아도 부모소득 상위 0.01%면 입학 확률 2배
라즈 체티 하버드대 교수 등은 25일(현지시간) ‘오퍼튜니피 인사이츠’ 학술지에 실린 ‘매우 선별적인 사립대학의 입학 결정 요인과 인과관계’란 논문에서 미국 12개 사립 명문대(아이비리그 8개 대·스탠퍼드·듀크·MIT) 학생 중 15.1%는 부모의 소득이 상위 1%(연간 61만1000달러·약 7억8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수저 출신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1999~2015년 대입 자료와 소득세 자료 등을 바탕으로 대입 시험인 SAT·ACT 점수가 같더라도 상위 1% 출신 지원자는 일반 지원자보다 1.3배, 상위 0.1% 출신 지원자는 2.2배 합격률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부유층 학생들이 우대를 받는 방식은 크게 레거시 입학(동문·기부자 자녀 우대 제도)과 체육 특기생, 비교과 점수 세 가지다. 레거시 입학의 경우 부모가 빈곤하거나 학력이 낮은 경우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학력 대물림’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체육 특기생 입학도 펜싱·조정 등 재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운동이 입학 우회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소득 상위 1% 학생 8명 중 1명은 체육 특기생 제도를 이용해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하위 60% 출신 학생 가운데선 그 비율이 5% 남짓이었다.
연구진은 비교과 점수도 고소득층 학생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소득 상위 0.1% 학생은 중산층 학생보다 높은 비교과 점수를 받을 확률이 1.5배 높았다.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의 진학교사가 입학 추천서·추천전화 등을 통해 일반학교 교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진학을 도운 결과로 해석된다. 코넬대 입학처장을 지낸 존 모가넬리 주니어는 “아무도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전화를 걸지 않는다”며 “공립학교 진학교사 대부분은 입학처에 추천 전화를 걸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입학 제도 손보면 금수저 학생 비율 5%p↓
연구진은 이 같은 세 가지 제도가 없다면 12개 명문대에서 상위 1% 출신 학생 비율이 10%로 약 5%포인트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매우 선별적인 사립대학은 여러 세대에 걸친 특권의 대물림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입시 관행을 바꾸면 미국 지도층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문은 대입 제도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미 대법원은 “학생은 인종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쌓은 이력을 바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소수자 출신 학생에게 대입에서 가산점을 주거나 정원 일부를 할당해주는 소수자 우대 정책(어퍼머니브 액션)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간 어퍼머니브 액션을 두고 아시아계 학생들은 높은 성적을 받고도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에 밀리는 역차별을 받는다며 반발해왔다. 이에 ‘민권을 위한 변호사’ 등 일부 시민단체는 레거시 입학이 백인 부유층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인종 차별이라며 맞불 소송을 제기했다. 하버드대의 경우 레거시 제도로 입학한 학생의 70%가 백인 출신이라는 게 이들 단체 논거다.
스튜어트 슈밀 MIT 입학처장은 “중요한 건 재능은 고르게 분배되지만 기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입학 전형에서 재능과 특권을 구별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