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의 자금조달이 완료된다면, 현대그룹에 대한 현 회장의 지배력은 보다 공고해질 전망이다. H&Q는 현대네트워크의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등에 약 31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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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사 전환 밑작업…경영권은 더 공고히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28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보유 지분인 319만6209주(7.83%)를 현대네트워크에 장외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도가액은 4만 9440원으로 7월 24일 종가(4만1200원)에 비해 20% 할증된 수준이다. 총 매도가액은 1580억원이다.
현대네트워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기존 10.61%에서 19.26%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네트워크는 현 회장(91.7%),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7.89%),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부장(0.23%),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0.58%)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0%가 됐지만, 현정은-현대네트워크-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되면서 사실상 경영권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를 통해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위에 현대네트워크가 있는 ‘옥상옥’ 형태의 지배구조를 확립함과 동시에 향후 현 회장이 정 전무에게 현대네트워크 지분을 증여하는 형태의 승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현대네트워크를 인적분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투자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가 존속 법인이 돼 ‘현대홀딩스컴퍼니’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신설 법인으로 경영 자문을 하는 사업 부문을 떼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네트워크는 경영자문과 컨설팅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로, 태양광에너지사업을 하는 현대글로벌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경영 자문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대부분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글로벌, 현대아산 등 계열사와 거래 거래를 통해 발생한다.
◇ H&Q의 자금 조달도 순항…딜 성사되나
현대네트워크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1세대 PEF 운용사인 H&Q의 자금 조달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Q는 현대네트워크의 구주와 CB·EB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B의 교환대상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 4월 쉰들러와의 소송 패소로 인한 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M캐피탈로부터 연 12% 금리로 23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계약의 만기는 오는 11일로 예정돼 있어 H&Q는 그 전까지 자금 조달을 완료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H&Q는 현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진하는 자금 조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투자 방안을 함께 논의해왔다. 투자금은 H&Q의 기존 블라인드펀드 자금과 새롭게 조성하는 프로젝트펀드, 인수금융 등을 함께 동원해 충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H&Q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인수금융 주선사로 선정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에 나선 프로젝트펀드 역시 국내 주요 은행과 캐피탈사 등이 출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래 성사를 위한 기반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H&Q는 과거에도 일동제약, 하이마트 등에 투자하는 동시에 경영권 분쟁을 조율해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이력이 있다. 이번에도 현 회장의 ‘구원투수’를 자처한 만큼, 특유의 ‘중재 본능’을 통해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