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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자고?…당국 "검토 안해"

노희준 기자I 2023.06.19 17:02:27

임차인 소득으로 상환하지 않아
당국, 돌려받을 임차보증금 별도 재원 있어
이론적 얘기...현실적 역전세, 갭투자 사용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은 전세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전세대출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언과 관련, “현재 검토하는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세대출은 현재 DSR의 총부채를 산정할 때 포함하지 않는다.

(자료=한국은행, 주택금융공사) 증가율=전년동월대비, 단위=조원, %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19일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 어색한 측면이 있다”며 “DSR은 본인 소득 대비 대출 상환액이 얼마나 되는지 보기 위한 것으로 전세대출은 상환 재원이 본인 소득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은 기본적으로 돌려받을 임차보증금이 상환 재원이 되기 때문에 본인소득으로 갚는 대출이 아니라는 의미다. 예적금담보대출과 보험약관대출처럼 자신의 소득 외 상환자금이 별도로 있는 대출을 DSR산정에서 제외하는 것과 같다.

DSR은 대출(원리금)한도를 차주의 갚을 능력(소득)의 일정 비율로 묶기 위한 규제로 은행권의 경우 1억원 이상 대출이 있으면 DSR 40%가 적용되고 있다. 전세대출은 현재 DSR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원금은 전세대출 DSR 산정 때 제외되고 전세대출을 받은 후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 이자로만 반영된다. 다만, 임차 보증금은 현실적으로 예적금담보대출의 예적금처럼 100% 상환이 담보되는 재원은 아니다. 부동산 하락기에 역전세가 나타나는 일은 비일비재하며 임차보증금은 갭투자(세끼고 매입)나 증시자금으로 사용되는 일도 실제 많다.

금융당국은 그럼에도 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할 경우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의 관계자는 또 “전세대출을 빌리는 당시부터 (차주=세입자) 상환능력을 보면, 소득이 낮은 사람은 전세조차 못 들어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DSR을 가지고 전세대출을 규율한다는 것은 쉽게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령 연봉이 6000만원인 차주가 연 4.2% 금리(5월 5대은행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전세대출 평균금리)로 만기 2년의 전세대출 1억원을 빌린다면, 다른 모든 대출이 없다고 해도 DSR이 87%가 나와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조건이라면, 신용대출처럼 산정만기(가짜 만기) 5년을 적용해야 DSR이 37%로 떨어져 대출이 가능해진다.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7000만원(KB부동산 통계)이라 DSR에 전세대출이 들어가면 아파트 전세는 유효수요 자체가 크게 줄 전망이다.

앞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때도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고민했지만, 격론 끝에 실수요자 충격 및 정치권의 반발 등을 고려해 시행하지 못한 바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려면 엄청난 반발을 뚫고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세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 목적이 정해진다고 해도 실제 우선적으로 검토할 방안은 ‘전세대출 DSR 포함’보다는 시장 충격이 적은 전세대출 보증(상환보증)비율 인하 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대출 보증은 차주가 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보증보험(HUG), 주금공(HF), SGI서울보증 등에서 받은 보증으로 차주 즉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할 때 보증회사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약속이다.

현재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최대 100%에 달한다. 주금공은 90%, HUG와 SGI는 각각 100%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100%라는 것은 전세대출 1억원이 부도났을 때 보증기관이 1억원 전액을 대신 갚아준다는 것으로 은행은 전세대출 부도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중은행은 거의 100% 보증서 담보로만 전세대출을 취급하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대출로 돈을 버는 은행 입장에서는 전세대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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