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환불해줘도 허위민원…악성 보호자에 소아과 문 닫습니다”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지방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보호자의 악성 허위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폐과를 결정했다.

6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해당 의원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에에 위치한 A소아청소년과의원은 이날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년, 제겐 행운이자 기쁨이었지만 한 보호자의 악성 허위민원으로 인해 2023년 8월 5일로 폐과함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A원장은 피부가 부어오르고 진물이 나는 4살 아이를 치료해 상태가 호전됐음에도, 보호자가 간호사의 서비스 불충분 등을 이유로 허위민원을 제기했다며 “환자가 아닌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를 더이상 하기 힘들다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제 진심을 다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폐과하고 만성통증과 관련한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며 “더이상 소아청소년 전문의과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보호자에게 감사드린다”고 썼다.

(사진=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

이날 A원장은 해당 환자 진료 과정에서 일부 비급여 항목이 발생해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지만 추후 보호자가 설명이 충분치 않다며 2000원 환불을 요청했다고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의 통화에서 전했다.

A원장은 곧바로 환불해줬는데 보호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임 회장에 따르면 A원장은 “난 돈 많이 못 버는 것도 상관없고 이것(소아과 진료) 할 때 기뻐서 해왔다”며 “내 에너지를 진료에 집중하고 싶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입증하는데 쓰고 싶진 않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임 회장은 해당 사례에 대해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소아청소년과는 2200개에서 2147개로, 산부인과는 1397개에서 1319개로 전국 동네의원이 7000개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유이하게 줄었다.

소아과 감소엔 저출생 심화에 따른 수요가 감소와 더불어 보호자 갑질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보호자 갑질로 진료과목을 바꾼 사례가 이번 말고도 여러 건”이라며 “일산의 한 원장님도 보호자와 법정 싸움까지 벌인 뒤 폐과하고 성인 진료로 바꿨는데 너무 만족한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열정 있으신 분들이 이렇게 진료를 그만두면 결국 동네 다른 아이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이런 악성 민원으로부터 의사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