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 사는 박모(37·여)씨는 출근 인사 중이던 선거 유세 차량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청장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로고송을 크게 틀어놓고 시민이자 유권자에 인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곁을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은 박씨처럼 싸늘했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에 귀를 막고 지나가는 시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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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확성장치의 음압 수준을 제한하는 첫 번째 선거지만, 허용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 말 소음 규제 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확성장치에 소음 규제 기준을 마련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선거 유세 차량에 부착된 확성장치는 음압수준 127㏈(데시벨)을 초과하면 안 된다. 다만 대통령과 시·도지사 선거는 150㏈까지 가능한데, 이는 비행기 이륙 소리와 같은 수준이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허용치라는 점에서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은 시끄러운 유세 차량 소리에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김모(32·여)씨는 “힘들게 아기를 재우고 나도 좀 쉬려고 하면 밖에서 시끄러운 선거 운동 소리가 들려 쉬지도 못한다”며 “112에 신고했더니 선거관리위원회에 연락하라고 한다.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노원구에 거주 중인 강모(38·남)씨는 “새벽까지 일하고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다가 밖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깼다”며 “창문을 닫아도 시끄러웠다. 집 앞에서 차량에서 나오는 노래 소리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시민들의 소음 민원을 받는 경찰들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한 지구대에서 근무 중인 A 경위는 “선거 소음 민원은 경찰관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현장에 가서 민원이 들어왔으니 소리를 조금 조정해달라고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운동용 음향 장비 등에 대한 사전 표지 교부 방식을 통해 소음을 억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전 표지는 미리 점검한 선거 운동용 음향 장비의 최대 음향이 법으로 정한 수준을 넘지 않으면 발급하는 제도로 사전에 제한한다는 취지다. 선관위 관계자는 “음향 장비 등을 사전 점검한 뒤 표지를 교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장에선 공정선거점검단이 표지가 있는지 확인해 허가되지 않은 장비를 제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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