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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안보 당국자들은 북한, 러시아, 이란, 중국 등 ‘적대세력의 축’ 간 협력 강화를 우려하고 있으나 그중 북한은 주된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라흐만 논평가는 “서방은 북한 정권을 ‘밈’으로 소비하는 등 우스꽝스럽게 묘사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 등 ‘적대세력 축’의 결속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이 라흐만 논평가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 1월엔 북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핵 과학자는 공동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포기하고 한국 및 미국과 대립 정책을 택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대 50~6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올 들어 북한 정책의 급진화 징후는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내용을 담아 헌법을 개정했다.
라흐만 논평가는 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장기적으로 쇠퇴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면서 “적국에 승리할 역사적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고 표현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 또한 당초 서방에선 북한이 러시아 내에서 러시아 군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로선 전장 투입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라흐만 논평가는 “약 1만명의 북한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다고 해도 전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130만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한다”고 짚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최전방에 투입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세계 대전의 첫 단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의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을 약속 받은 것으로 추정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추후 한반도 분쟁까지 염두했을 수 있다고 라흐만 논평가는 짚었다.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듯 추후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라흐만 논평가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와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곧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한국, 미국, EU는 달라진 유럽과 한반도 안보 환경을 인정할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적대세력의 축’과 맞서는 위험을 감수할지 곧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