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뇌경색 시민 A씨를 제때 발견해 생명을 살린 서울 수서경찰서 일원지구대 소속 이재익(28) 경장의 말이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통상 증상 발현부터 4시간 30분으로 보는데, A씨를 찾아달라는 112 신고가 들어온 뒤 병원 이송까지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이 경장의 기지가 빛을 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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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홀로 살고 있던 A씨는 가족 등의 요청이 없이 회사 동료로부터 실종신고를 받은 터라 위치 추적부터 애를 먹었다. 위급한 상황임을 감지한 112상황실은 신고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별도의 위치 추적을 했다. 위치 추적을 해도 수색까지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50~100m 근방으로 위치가 특정돼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심지는 수색까지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이 경장의 ‘촉’이 빛을 발했다. 이 경장은 A씨가 홀로 사는 50대라는 점에 착안해 26층짜리 건물 내에 있는 사우나 시설부터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 경장은 “위치추적에 뜨는 표시가 움직이지 않아 이동 중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했고, 홀로 갈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 사우나 시설을 먼저 가게 됐다”고 말했다.
사우나에 들어가 수색을 하던 이 경장은 남녀 공동 공간에 누워 있던 50대 남성 A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인기척을 느낀 A씨가 새는 발음으로 본인의 이름만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자, 이 경장은 바로 신고 대상자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즉시 병원 응급실로 이송, A씨는 병원에서 뇌경색 소견을 받고 수술을 진행해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 경장은 동료이자 선임인 이 경위에게 이러한 공을 돌렸다. A씨는 이 경위가 후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데다 침착하게 역할을 분담했기 때문에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경위는 “경찰 생활의 대부분을 행정 일을 하며 지내다 현장에 온 지 3개월밖에 안 돼 이 경장이 내게는 선임이나 다름 없다”면서 “현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의 생각 등을 많이 수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이 경장이 26층짜리 건물에서 사우나 시설로 간 사이, 이 경위는 1층부터 수색을 시작하며 그를 지원했다.
아울러 두 경찰관은 A씨의 동료였던 B씨의 신고가 큰일을 했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이들은 “신고한 분의 연락이 없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을 것”이라며 “끝까지 위급함을 알려주신 것이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2015년에 입직한 이 경장은 “기동대에 있다가 올해 상반기에 발령을 받아 왔는데, 현장에서 일하면 고되고 힘들 때도 있다”면서도 “경찰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