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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생명과학, ‘파이로티닙’ 2차→3차 치료제로 임상계획 변경

김진수 기자I 2023.03.23 15:47:32

기존 위약군과 대비 계획에서 라파티닙 병용군과 비교로 방향 전환
통계적 유의성 확보 위해 임상 대상자 수 58명에서 204명으로 늘려
"국내 유방암 2차 치료제 사용되는 캐싸일라와 비교연구 없어 변경 결정"

(사진=HLB생명과학)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HLB(에이치엘비)그룹 계열사 HLB생명과학이 해외에서 도입한 표적항암제를 2차 치료제로 승인받으려 했으나, 내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논의 끝에 3차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지난 21일 ‘파이로티닙·카페시타빈’ 병용투여군과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병용투여군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는 임상 3상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HLB생명과학은 임상 1차 지표로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설정해 파이로티닙의 유효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임상은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해 총 12개 병원에서 이뤄진다.

파이로티닙은 중국 항서제약이 자체 개발한 저분자화합물로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HER2),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4형(HER4)을 타깃으로 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파이로티닙은 중국에서 지난 2020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2차 치료제로 정식허가 받은 바 있다. 이후 항서제약은 파이로티닙, 트라스트주맙, 도시탁셀 병용요법 추가 임상을 진행, 지난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으로부터 항-HER2 치료를 받지 않은 재발성·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1차 치료제로 추가 승인받기도 했다.

◇파이로티닙, 유방암 2차→3차 치료제로 계획 변경

HLB생명과학이 2022년 7월 공시한 기존 임상 계획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파이로티닙·카페시타빈 병용 요법을 중국에서와 같이 2차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국내 임상을 계획했다. 대상은 ‘트라스투주맙, 탁산계 또는 안트라시클린계 약물 치료 경험이 있는 HER2 양성 전이성 또는 재발성 유방암 환자’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최종적으로 승인받은 임상 계획에서는 ‘HER2 양성 전이성 또는 재발성 유방암에 대한 이전 치료로써, HER2 항암 2차 요법까지 실패·불응한 환자’로 대상이 변경됐다. 2차가 아닌 3차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HLB생명과학은 첫 임상 설계에 나섰을 당시 파이로티닙·카페시타빈 병용군과 위약군(플라시보 대조군)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을 고려했고, 계획대로라면 2차 치료제로 임상 진행을 예상했다. 하지만 연구자 논의와 식약처 상담을 거치면서, 주로 3차 치료에 사용되는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병용군과의 비교임상 디자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2차 치료제에 엔허투, 캐싸일라 등 강력한 제품 포진…이후에 사용 가능

3차 치료제는 2차 치료제를 사용했음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 투여되는 의약품이다. 이에 2차 치료제 효과 등에 따라 3차 치료제가 사용되는데 현재 국내에는 여러개의 2차 치료제가 허가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시 로슈의 ‘캐싸일라’(트라스트주맙·엠탄신, 개발명 T-DM1)가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캐싸일라 단독요법은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병용요법보다 전체 생존기간을 4개월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그 효과를 인정받았다. 캐싸일라의 2020년 매출은 435억원에 달한다.

캐싸일라보다 더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다이이찌산쿄 ‘엔허투’도 이미 국내에서 유방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엔허투는 12개월 시점에서 무진행 생존율 75.8%로, 캐싸일라 34.1% 대비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2% 줄였다. 다만 엔허투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임상 장기화 불가피…대상자 수도 변동

임상기간도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에 HLB생명과학은 중국에서 실시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가교임상’을 준비 중이었다. 가교임상은 이미 해외에서 사용 중인 의약품을 국내 도입할 때 우리나라 국민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이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임상 디자인이 비교대조 형식으로 변경되면서 임상 준비 및 데이터 분석 과정까지 모두 거쳐야하는 상황이다. HLB생명과학이 밝힌 임상 종료 목표 시기는 2026년 1월이다.

HLB생명과학이 파이로티닙 개발 방식을 플라시보 대조군을 활용한 임상에서,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병용군과의 비교를 통한 3차 치료제 임상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임상 대상자 수에도 변동이 생겼다. 기존에는 58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유방암 3차 치료 라인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를 위해 시험대상자수를 204명으로 늘렸다.

HLB생명과학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 캐싸일라가 사용되는데, 항서제약이 실시했던 시험 중 캐싸일라와 비교한 임상 데이터가 없었다”라며 “이에 최종적으로 3차 치료제로 임상계획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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