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입는 발목염좌는 주로 산을 내려오다가 발을 삐끗해 생기기 때문에 하산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체력을 많이 사용한 상태에서 ‘하산은 쉽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면 부상 위험이 더 커진다. 하산 시에는 평소보다 발목 관절에 실리는 하중이 크게 작용하는데, 이때 발목을 접질리면 염좌나 골절이 생길 수 있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발목 염좌 및 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129만 3379명에서 2019년 142만 436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등산 중 발목을 접질렀다면 증세에 따라 긴급처치를 다르게 해야 한다. 먼저 발목을 ‘삐끗’하는 경우는 통상 1도 염좌에 해당한다. 총 3단계 중 가장 경미한 수준으로 인대가 심각하게 늘어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운동범위까지는 발목을 움직일 수 있다. 이때는 접질린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고 붕대나 부목 등을 사용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2도 염좌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돼 부종이나 멍,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소량의 출혈과 함께 부종이 생길 수 있고 절뚝거리는 등 걷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압박붕대 또는 부목을 사용해 발목을 고정해야 한다.
3도 염좌(중증)는 인대가 완전 파열되는 등 심각한 손상을 입은 단계다. 발목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렵고 보행도 거의 불가능하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부종, 출혈도 나타난다. 상태에 따라 파열된 인대를 복구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고 회복기간은 약 6주 이상 걸린다.
발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가벼운 걷기 운동 등으로 기초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주로 실내생활을 하다 오랜만에 야외활동을 할 때는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야 한다.
또 등산 시 배낭의 무게는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장거리 등산에는 바닥이 딱딱한 등산화을 신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산에 오를 때도 양팔을 가볍게 흔들면서 가슴을 펴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반면 하산할 때는 자세를 낮추고 보폭을 줄여 발목의 부담을 줄여야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만약 심각한 발목염좌 등 도저히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때는 즉각 119에 신고해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발목 부상을 입었을 경우 가까스로 하산했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봐야 한다. 인대가 느슨해진 상태로 아물게 되면 수시로 발목이 삐끗하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성 발목 불안정증은 염좌로 손상된 발목 인대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아 정상보다 커진 관절 유격이 발생해 발목이 불안정하게 되는 질환이다. 한 번 접질렸다가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발목은 힘을 받지 못해 같은 부상이 계속 발생하게 되고 발목관절염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발목이 시큰거리거나 돌릴 때 뻐근한 느낌, 복사뼈 부위가 붓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만성 발목불안정증 초기에는 약물 및 주사치료, 운동요법,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거나 MRI 등의 정밀 검사상 관절 내부 손상이 관찰됐을 때, 힘줄이 찢어지거나 인대가 완전히 파열됐을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0.5㎝의 비교적 작은 크기의 절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해져 환자들의 부담이 덜하다. 관절내시경을 활용해 진행되는 이 치료법은 외측 인대의 봉합뿐 아니라 관절 내부의 손상까지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손상된 연골에 줄기세포를 도포해 ‘연골재생’ 치료까지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김용상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원장은 “단순 염좌라고 손상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인대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아 향후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급성으로 발목이 접질린 환자의 20~30%는 만성 발목불안정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증세가 심각하다면 반드시 정밀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