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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월 당시 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심의·의결해 3개 보의 해체(세종보, 죽산보, 공주보)와 2개 보의 상시 개방(백제보, 승촌보) 결정을 내렸다. 같은 해 6월 물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다만 2021년 당시 물관리위원회가 구체적인 보 해체 시기는 따로 정하지 않아 차기 정부로 이행 계획을 넘겼는데, 이번에 물관리위원회에서 보 철거 결정 자체를 취소하고 이를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반영한 것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 제27조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수립하는 물관리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해당 법 제27조 1항은 ‘환경부 장관은 10년마다 관계 중앙 행정기관의 장 및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위원장과 협의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포함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27조 2항은 “환경부 장관은 국가계획을 수립한 날부터 5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국가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이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은 1차 계획 수립 후 2년여가 지난 시점에 변경이 이뤄졌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후 5년이 안 되긴 했지만 그 5년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변화된 중대한 사항이 있으면 행정부 재량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변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물관리위원회의 서면 심의를 거쳐 확정됐으며 보 해체, 상시 개방 등 4대강 보 처리 방안 관련 과제를 삭제했다. 또 법정 용어 적용 등 일부 문구와 용어를 명확히 했다. 아울러 △댐·보·하굿둑의 과학적 연계 운영 △4대강 유역 전반에 대한 수량·수질·수생태 등 충분한 객관적 데이터 축적 △다각적 녹조 발생 원인 분석 및 저감 대책 마련·추진 등 보 처리 방안 취소 결정 시 물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과제를 추가로 반영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20일 감사원의 공익 감사 결과에 따라 이뤄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에 반발하는 모 시민단체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해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해 5번째 감사를 진행했다. 이어 감사원은 보 해체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한 방법을 사용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의사 결정 주체의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내용 등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물관리위원회가 2021년 의결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물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물관리위원회는 지난달 4일 제9회 회의를 개최해 과거 보 처리 방안 결정에 있어서 방법론과 의사 결정을 위한 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문제점 등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결정을 취소했다. 이후 물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열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한 차례 무산된 끝에 열린 이날 공청회도 일부 환경단체 회원들이 단상을 점거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학계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경제성 재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하천학회 회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2021년 보 해체 판단 근거인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으니 다시 하라는 취지인데 환경부가 이를 왜곡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의 중차대한 계획을 공개 토론 한 번 없이 형식적으로 서면으로 처리했다는 것 역시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