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강추위에 버금갈 만큼 유럽의 한 나라 폴란드의 칼바람도 매서웠다.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를 휠씬 밑돌 것 같았다.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유럽의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날아온 이 K팝 그룹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공연장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공연 시작까지는 족히 10시간 넘게 남아 있었음에도 그들은 K팝 그룹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추며, 그 긴 시간과 강추위를 즐기고 있었다.
공연장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폭발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파란 눈에 덩치 큰 유럽의 젊은이들이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의 한 K팝 그룹에 이처럼 열광하다니. 그 진풍경을 바라보는 눈이 의심스러웠고, 감동과 놀라움으로 가슴까지 먹먹해졌다. 유럽 젊은이들 특유의 열정일까, 아니면 한류 K팝의 영향일까. 이유야 어찌 됐건 그 신비로운 광경의 기저에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EDM이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했다. 한국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K팝 그룹이 바로 EDM을 지향하고 있었고, 유럽인들은 그들의 음악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한 EDM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던 즈음, 한국의 대표 엔터테인먼트사인 SM은 NCT(New Culture Technology)란 기치를 내세운 2016년도 사업구상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수만 회장이 밝힌 여러 내용의 핵심은 EDM으로 귀결됐다. EDM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의 줄임말로 주로 클럽에서 DJ가 춤추기 좋게 믹싱한 음악을 일컫는다. YG엔터테인먼트가 힙합을 표방한다면, SM은 마치 EDM으로 특화시키겠다는 전략적 선언처럼 들렸다.
공교롭게 올해 한국 대중음악의 트렌드는 힙합과 EDM이란 큰 물줄기로 흘러갈 공산이 커진 것으로 점쳐졌다. SM은 걸그룹 에프엑스나 레드벨벳을 통해 EDM을 실험했다. 유럽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시점에서 SM이 본격 EDM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국대중 음악의 흐름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이끌고 있는 YG 역시 유씨코리아와 함께 오는 6월 10~12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 코리아 2016’을 공동제작 투자를 발표했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은 1999년 첫 선을 보인 뒤 매년 3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EDM 축제다.
유럽을 태생으로 삼은 EDM은 스크릴렉스, 데이비드 게타 등 천재적인 아티스트들에 의해 미국 시장으로 번지며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70,80년대 유럽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펑키 정신’(Do It Yourself)과도 일백상통하는 EDM은 클럽문화에 익숙해진 요즘 세계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돼버렸다. 아티스트와 청중은 상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 대등적 관계를 만들고, 뇌쇄적인 전자음은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덧칠되며 젊은 청춘들의 혼을 빼놓기에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젊은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는 글로벌 기업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세계적인 주류 담배회사들이 EDM을 전폭 지원하며 투머루랜드(Tomorrowland), EDC(Electric Daisy Carnivai) in Las Vagas, UMF(Ultra Music Festival) in Maimi 등 거대 페스티벌을 탄생시켰고, 지금 지구촌 곳곳은 크고 작은 EDM 축제들로 넘쳐난다.
이런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수만 회장이 놓칠 리 없다. 몇 년 동안 흐름을 지켜보던 SM이 올해를 타이밍으로 잡은 듯하다. 클럽음악으로 대표되는 EDM은 멜로디라인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대중음악 소비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춤추고 즐기는 사운드 음악이기 때문이다. 클럽음악에 익숙해져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 변화와 함께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대중 음악이 록에서 힙합으로, 그리고 EDM으로 진화하여 이젠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거대 물줄기가 되었다.
세계적인 DJ 겸 작곡가인 디플로(Diplo)는 이렇게 말했다. “음원 판매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대신 공연이나 머천다이즈로 돈을 벌어야 한다.” 이런 트렌드를 읽어 나가는 이수만 회장의 ‘눈’이 또 다른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의 대중음악 판도를 예측하는 일은 한층 재미있어 보인다.
조대원 국제대 엔터테인먼트 계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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