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5일 제주의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차기(2027년~2029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진료권역을 재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진료권역은 지역별 인구수,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 의료자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 11개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도는 진료권역 내 인구수 100만명 이상 기준을 넘지 못해 서울권역에 포함된다. 제주도 소재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서울 소재 병원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는 제도 시행 이래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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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질환자 다른 지역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환자 보호자 또한 따라가야 한다. 환자 가족에겐 타지에서 체류하는 비용과 교통비도 부담이다. 제주시의사회 관계자는 “만약 상급종합병원이 제주도 내에 있으면 육지로 떠나는 환자가 줄어들고 환자와 환자 가족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부는 올해 연말까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실시한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진료권역의 적절성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다.
진료권역 외에도 변화된 의료 환경에 맞는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재정립, 지정 후 관리체계 강화, 성과보상 방안 검토, 지정·평가 지표 개선 등 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제주도 내 의료환경과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진료권역 재설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제주도에서 전문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의정갈등 등의 이유로 의료진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전공의 정원 등을 논의하는 대한의학회 수련평가위원회 관계자는 “작년에 지도전문의 적격성 문제로 인해 제주도 내 한 병원에서 전공의 정원이 줄어든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줄줄이 사직하고 개원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진료와 연구, 교육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병원이 제주도 내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진 확보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을 노리는 제주도 내 종합병원과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제주도 내 종합병원 중 상급종합병원 기준을 충족시킬 만큼 의료진을 확보한 곳은 아직 없다. 조귀훈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기준에 맞추려면 여러 항목에서 의료 수준이 더 높아야 하므로 (병원과 지자체) 자체적으로도 아마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투자를 해서 서비스 질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조 과장은 “여러 형태로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 대해 보상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은 지정 후에 이뤄질 것을 시사했다.
여기에 더해 의대 정원 확대 또한 제주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걸림돌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료진의 의대생·전공의 지도교육 부담도 가중된다. 이미 국립대병원인 제주대병원이 의정갈등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데 기존 상급종합병원 기준보다 많은 수의 지도전문의가 필요한 경우 당초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 추세라면 제주도민이 경증환자와 중증환자 가리지 않고 새로 지정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조 과장은 “정책연구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는 현상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와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해결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