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 보고서
작년말 국제 원당 가격, 11년래 최고 수준
올 들어 가격 내렸지만…상승 전환 가능성
"인플레 자극, 통화정책 완화 계획 차질 줄 것"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구온난화 심화로 인한 기상악화로 국제 원당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해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 제품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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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제금융센터(국금센터)에 따르면 황유선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국제 원당 수급여건 및 리스크 요인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원당은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첨가제로 활용되는 기초 식재료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급 여건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엘니뇨(El Nino·적도 근처 동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뜨거워지는 현상)에 따른 주요 아시아 생산국 작황 부진으로 국제 원당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28센트에 근접해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12월부터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생산 호조로 하락 추세로 전환, 최근에는 20센트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 원당 선물가격은 지난 1일 기준 20.23센트에서 거래됐다.
국금센터는 일단 올해 원당 수급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평가했다. 최대 원당 생산국인 브라질의 생산 감소에도 태국·멕시코 등에서 생산이 회복되면서 전체 생산이 전년비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브라질이 건조한 날씨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전년비 8.5% 감소하고, 원당 생산이 3.4% 줄겠지만, 태국(16.4%)과 멕시코(11.6%) 등은 기상여건 개선으로 원당 생산량이 회복될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지구온난화 심화, 하반기 라니냐(La Nina·동태평양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현상) 진입 등에 따른 기상악화 땐 브라질을 중심으로 원당 생산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라니냐 발생 시 브라질은 강우량이 감소하고 건조한 날씨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는데, 하반기부터 라니냐가 강하게 나타나면 브라질에선 봄까지 건조한 기후가 이어지거나 서리·산불 등이 빈발할 수 있어 사탕수수 생산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 라니냐 기간 브라질의 원당 생산량은 15.7% 급감한 바 있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생산 감소는 글로벌 원당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원당 수출 중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3%로 2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확대됐다. 브라질에서 폭염과 가뭄 등 기상악화로 생산이 부진하거나 물류 지연 등이 발생할 경우 국제 원당 수급이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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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금센터는 이같은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 원당 가격이 반등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를 고려하면 기상악화로 브라질 작황이 타격을 입을 경우 국제 원당 가격의 상승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황 연구원은 “세계 원당 재고율이 낮아 브라질 생산 타격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며 “투기세력이 가세할 경우 국제 원당 가격의 ‘오버슈팅’(과도한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원당 가격 상승은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우려됐다. 황 연구원은 “원당 가격 상승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둔화하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으므로 기상여건 변화에 따른 주요국 생산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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