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한국이 외국인 대상 비전문취업비자(E-9) 할당량을 지난해 12만명에 이어 올해도 16만 5000명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린 것에 주목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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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9 소지 근로자는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임업, 광업과 일부 서비스업 등의 업종에서 일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E-9 소지 외국인 근로자는 26만 73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입국한 E-9 외국인 근로자는 4만 7466명으로 아직 11만명 가량 여유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엔 좋은 소식”이라며 “한국에선 2016~2022년 외국인 근로자 인구 유입이 정체됐고, 노동력 부족은 점점 심화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활동 인구 감소가 노동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오랜 기간을 경고해 왔는데, 마침내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등의 적용을 받으며 최대 4년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재입국할 경우엔 추가로 같은 기간 더 일할 수 있다. 2010년대에 연간 400명의 외국인 근로자만이 E-9 비자를 무기한 갱신 가능한 E-7-4 비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유연해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또 지난 2월 유학생 부모가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낮은 비자 할당량과 엄격한 자격 조건을 뚫고 한국 입국에 성공해도 영주권을 받을 길은 거의 없었고 가족을 데려오는 데도 제한이 있었지만, 늦게나마 장벽이 천천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상대적으로 부유하면서도 저출산·고령화에 시달리는 아시아 국가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는 전년대비 12% 증가한 20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3배 규모다. 싱가포르와 대만의 외국인 근로자도 현재 각각 2019년 대비 7%, 11% 증가했다.
대만은 2022년 ‘상당한 업무 경험’을 가진 중숙련 이주자에 한해 거주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싱가포르는 국가의 ‘전략적 경제 우선순위’와 일치하는 일자리에 대한 저숙련·중숙련 비자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간호 등과 같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업종을 중심으로 ‘특정 기술 근로자’를 받아들이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다만 국가별로는 편차가 심하다. 정치적 이유가 크다. 국민 동질성을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만은 총통이 다문화 유산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 이후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7%로 확대했다. 다민족 사회인 싱가포르는 무려 39%에 달한다.
경제학자인 마이클 클레멘스는 최근 논문에서 한국이 장기적인 성장을 안정화하려면 향후 40년 동안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15%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2010년대 10년 동안 연간 3.3%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같은 수준을 유지하려면 40년 동안 연간 약 4%씩 외국인 근로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론 희망적이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 서방 선진국들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유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서다. 일본의 한 국립 싱크탱크는 저출산·고령화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메우려면 2030년까지 210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연간 11%씩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 간 경쟁이 심화해 노동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또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다수의 이주 노동자를 배출해온 국가들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반이민 여론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례로 대만에선 최근 더 많은 인도 노동자를 데려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반이민 시위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