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전거래일대비 2.20% 상승한 3만 2217.43에 장을 마감했다. 토픽스지수는 1.70% 오른 2219.79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225지수가 3만 2000선을 회복한 것은 199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약 33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미국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해소되고, 5월 고용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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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시작한 강세장…외국인 순매수 행진 9주차 돌입
외국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 행진이 이날로 9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 2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월에는 7% 상승해 전 세계 15대 주요 글로벌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 주식시장이 강세장으로 흐름이 바뀌게 된 것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4월 종합상사 기업을 비롯해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이후 일본 기업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확산했고,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재평가 과정에선 기업들의 주주 친화적 정책이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3300여 상장기업에 공문을 보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낮은 상태를 뜻한다. 일본 상장사 가운데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이 40%에 달한다. 이는 엔화가치 하락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저평가 돼 있다’는 인식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했다. 특히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에 힘입어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 등 지정학 리스크에 중국→일본 자금 이동
5월에는 반도체 및 관련주가 강세장 주도했다. 미국 마이크론,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덕분이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 어드벤테스트가 70% 폭등했고,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스크린홀딩스와 자동차용 칩 제조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도 각각 33%, 29% 급등했다.
미중 갈등 심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 대한 위험 노출을 줄이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216억달러(약 28조 2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고 추산했다.
반면 스톡커넥트에 따르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본토 A주(상하이·선전거래소 상장 위안화 표시 중국 기업 주식) 매수액은 1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1분기 270억달러와 비교하면 급감한 것이다. 2021년 본격화한 중국 정부의 기술기업 단속, 중국의 대만 침공 위험, 중국의 더딘 경기회복 등도 대중(對中) 투자 기피 요인으로 꼽혔다.
◇“3만 8000 간다” Vs “다시 2만 9000으로” 전망 엇갈려
닛케이는 선물 매수세가 약화하고 있어 현물에 대한 투자자의 선호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디폴트 우려로 유입된 자금도 있기 때문에 부채한도 합의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빠져나가는 자금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추가 상승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선임 주식 전략가인 이케다 유노스케는 닛케이255지수가 오는 7월 3만 3000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에 2만 9000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의 이치카와 마사히로 전략가는 “일본의 거시경제 환경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 닛케이225지수가 3만 80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