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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18년 7월 혈중 알코올 농도 0.148% 수준의 만취 상태로 서울 마포구 일대 도로에서 약 100m 구간을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음주 운전 후 내리막길에 정차해 지인 B씨에게 운전을 맡기는 과정에서 뒤에 정차된 택시를 들이받아 택시 운전사를 다치게 한 혐의도 추가됐다.
A씨의 차량에는 정차 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는 ‘스톱앤고(Stop&Go)’ 기능이 장착돼 있었다. 스톱앤고 기능은 본래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에 다시 시동이 걸리지만 안전벨트가 풀리거나 운전석 문이 열려있으면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A씨는 B씨에게 운전을 맡겼지만 이 기능에 익숙지 않은 B씨가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차가 뒤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A씨가 다시 운전을 하려고 했으나 여전히 차량이 후진하면서 추돌 사고로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운전음전은 물론 위험운전치상까지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제동장치를 조작하면서 차를 운전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본인의 의도와 달리 차가 뒤로 밀렸다고 해서 운전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유죄 판결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조작이 도로교통법 상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상 운전을 주행의 전후단계에 문을 열고 닫는 각종 부수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하는 자동차손해배상법상 ‘운행’보다 좁은 개념으로 해석했다. 다만 일반적인 운전 중 내리막길에서 일시적으로 엔진을 끄는 ‘타력주행’은 이번 판단과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엔진 시동이 꺼진 상태였고, 변속레버를 후진기어에도 놓지 않은 점까지 보태어보면, 피고의 의자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이 뒤로 움직인 것으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결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해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됐다고 해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에서 자동차의 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