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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인 동남아가 선진국인 유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지켜낸 가장 큰 이유로 연준보다 빠른 긴축 단행이 꼽힌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이달 초까지 두 달 간격으로 강도 높은 긴축 진행하고 있다.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연준보다 반 년가량 빠르다.
만수르 모히우딘 싱가포르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갑자기 양적 완화 정책을 거두겠다고 한 뒤 나타난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을 언급했다. 당시 학습 효과로 신흥국들이 빠른 대처에 나섰다는 것이다. 모히우딘 이코노미스트는 “선제적인 긴축과 함께 경상수지 적자 우려도 과거에 비해 덜해 동남아 신흥국은 환율 하락을 비교적 잘 막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는 최근 관광과 통신업 등 국가 주요 산업의 성장이 예상돼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또한 싱가포르 달러 가치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처럼 빠른 긴축을 단행하지 않았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환율 방어로 이어졌다. 대표 수출품인 천연가스와 팜유의 가격이 오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달러 유입량이 늘어난 것이다.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ANZ의 아이린 청 아시아 스트래티지스트는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달러 대비 약세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초반만큼은 아니”라면서 “인도네시아는 올해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팜유 수출 등에서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인도 루피화는 달러당 80루피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아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제이예 메타 인도 투자 담당은 “인도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적자를 보고 있으나 정부 개입이 필요할 만큼 위급하진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