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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프 싱 푸리 인도 석유·천연가스 장관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이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걸프 지역의 원유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국가 원유 수요의 86%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인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의식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를 제치고 인도의 원유 수입국 1위를 차지했고, 올해 5월에는 전체 인도 원유 수입량의 절반 가량이 러시아산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6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올 상반기 배럴당 70달러대에서 횡보하던 국제유가는 지난 6월 사우디가 7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배럴 자발적으로 감산하겠다고 밝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달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에 러시아는 할인폭을 줄였고, 인도 입장에선 무리해서 현물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매력이 감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인도 정유업체들은 그동안 값이 싼 러시아산 원유에서 추출한 석유제품을 유럽에 수출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였는데, 이들 업체의 러시아산 원유 수요가 크게 줄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8월까지 3개월 연속 줄어 하루 평균 157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8월에만 수입량이 24% 줄었다. 지난달 이라크산 원유 수입량도 10% 줄어든 하루 평균 84만 8000배럴로 집계됐다. 반면 사우디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63% 늘어난 하루 평균 85만 2000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공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사우디산 원유 수입이 증가했어도 러시아는 여전히 인도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라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푸리 장관은 “정부가 정유사들의 구매 결정에 관여하지 않지만, 주요7개국(G7)의 대러 제재인 가격상한제를 따르도록 지시했다”며 “분명한 것은 오늘 우리는 시장에 나와 있고 (가격이 마음에 든다면) 누구에게서든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도 정부가 유가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현재 모디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인플레이션이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주식인 쌀 작황이 악화하는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오르면 가계 재정에 타격을 입혀 민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리용 연료 가격을 18% 인하했고, 지난해 5월부터 디젤 및 휘발유 가격을 고정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학자들은 국제유가(원유 수입가격)가 10달러 증가할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 이상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은 약 0.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