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해부학적 위치상 수술시 명치부터 배꼽까지 15cm 이상 배를 가르거나, 우측 상복부를 ‘ㄱ’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30cm 가량 절개해야 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수술 기법 고도화로 이런 방식 대신 환자 부담을 줄이는 복강경 간절제술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삼성서울병원(이식외과 조재원, 김종만, 최규성, 유진수 교수팀)은 최근 간세포암 환자의 복강경 간절제술 시행 건수가 2500건을 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양성을 포함한 간 종양 전체를 놓고보면 약 4000건에 달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대기록이다.
복강경 간절제술은 배꼽 주변으로 5mm에서 12mm 크기의 구멍 4 ~ 5개를 뚫은 뒤 수술 도구를 복강 내로 집어 넣어 간을 떼어내는 방식을 말한다. 배 안에서 잘라낸 간은 배꼽 아래 4 ~ 5cm 크기의 절개창으로 꺼낸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복강경 간절제술을 국내 도입 초창기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당시 간세포암 환자의 26%가 복강경으로 간을 절제했으나 매년 적용 환자를 늘려 2019년엔 전체 환자 10명 중 7명(68.3%)이 복강경 수술을 택할 만큼 보편화됐다. 복강경 간 절제술은 간이식 생체 간 공여자 수술에도 도입되어 공여자의 수술 후 통증 완화, 빠른 회복 등 공여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5년 전체 간 공여자 가운데 25%를 복강경으로 수술했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간 공여자 중 93.2%가 복강경으로 수술을 받았고, 올해는 11월 현재 모든 간 공여자가 복강경으로 간 절제술을 시행해 100%에 달한다.
이처럼 적용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는 복강경 간절제술의 효과와 안전을 꾸준히 증명한데다, 술기 경험이 쌓이면서 수술시간이 단축되자 환자들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술비 또한 개복 수술과 비교했을 때 30 ~ 50만원 정도 차이나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도 증가 이유로 꼽혔다. 복강경 간절제술은 기존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 과정이 복잡하고 섬세해 초기엔 수술 시간만 5 ~ 6시간 이상 걸렸지만, 지금은 3시간이면 충분하다. 개복 수술보다 빠른 경우도 있다. 특히 개복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고령 환자에게 복강경 간 절제술은 수술 후 호흡기 합병증 및 통증 감소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빨라져서 필수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실례로 2017년에는 90세 간암 환자도 복강경 간 절제술 후 일주일만에 퇴원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간절제술을 받은 65세 이상 간암 환자 256명을 대상으로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을 비교한 연구 결과, 두 군에서 생존율 차이가 없었고 수술 중 출혈,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 등 여러 수술 지표들도 엇비슷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평균 재원 기간은 복강경 수술 환자가 7일로 개복 수술 환자 보다 이틀 가량 줄어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 빨랐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8월 캔서(Cancers) 지에 발표됐다.
이식외과 김종만 교수는 “복강경 간 절제술이 손에 익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환자들의 편익을 고려하면 어려워도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복강경 간 절제술을 비롯해 환자들의 불편은 덜고 치료 효과는 높일 방법을 찾아 연구와 개발에 더욱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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