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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회장님이 장관님?…트럼프의 '재벌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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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8.10 11: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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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각 순자산 140억달러
상위 400명 몫 30년새 146% 증가
팔란티어 연방계약 매출 65% 급증
백악관 "기득권과 맞선 것" 반박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따라 측근과 재벌을 요직에 기용하면서 ‘미국판 과두정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30년간 미국 최상위 부자 400명이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몫은 146% 불어난 반면 하위 절반의 몫은 25% 줄어든 상황에서, 극소수 부유층이 이젠 정치권력까지 거머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30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백악관 열쇠'를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해 5월 30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백악관 열쇠'를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로비하던 부자들, 정부 안으로…계약도 쉽게 따내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윌 샤프 백악관 문서담당 비서관을 다음달 1일부로 백악관 법률고문에 앉힌다고 이날 발표했다. 트럼프 2기에서 이런 인선은 낯설지 않다. 대통령과 사적 인연을 맺은 인물이 공적 권한을 쥐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재계 거물들도 밖에서 로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정부 안에 자리를 잡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내각 구성원의 순자산 합계는 75억달러(약 10조 5825억원)로 미 역사상 가장 부유한 행정부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까지 더하면 약 140억달러(약 19조 7540억원)로 불어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73억달러·약 10조 3003억원)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24억달러·약 3조 3864억원)부터 억만장자다. 로 카나 미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FT에 “이제는 거물들이 직접 정부에 들어와 있다”며 미국의 정치권력이 “과도한 부에 포획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재산은 웬만한 나라 예산을 웃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7910억달러(약 1116조 1010억원)로 가장 많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2840억달러·약 400조 7240억원)가 뒤를 잇는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특히 두드러진다. 정부 자문역을 맡고 의회에 인맥을 쌓으며 인공지능(AI)에서 산업정책까지 현안에 목소리를 낸다. 규제 완화와 자사에 유리한 정책이 뒤따랐다. 벤처투자자 데이비드 색스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AI·가상자산 정책 책임자로 일하며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밀어붙였다. 알렉스 카프(157억달러·약 22조 1527억원)가 이끄는 팔란티어는 트럼프 대통령 복귀 후 1년간 연방정부 계약 매출이 65% 늘어 22억달러(약 3조 1042억원)에 육박했다.

선거자금 14년새 84배…돈으로 표 사들여

물꼬를 튼 것은 2010년 대법원 판결이다. 기업의 선거 관련 지출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면서 정치자금의 빗장이 풀렸다. 2010년 선거에서 미국 부자들이 쓴 돈은 3100만달러(약 437억 4100만원)였지만, 2024년 대선 주기에는 억만장자 상위 100개 가문이 26억달러(약 3조 6686억원)를 냈다.

그중 상당액이 극소수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쓰인 약 15억달러(약 2조 1165억원)의 3분의 1 이상이 머스크와 미리엄 애덜슨, 티머시 멜런 세 사람 몫이었다.

정치학자인 제프리 윈터스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부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초부유층의 선거 자금 지출도 함께 늘어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30년에 걸친 이런 흐름이 결국 정치권력의 집중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초당파 연구기관인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는 지난해 통과된 감세·지출 법안에서 상위 1%가 받은 감세 규모가 하위 60%의 3배에 달한 반면 식료품 지원과 교육, 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은 깎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 워싱턴DC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기술기업 경영진을 초청해 만찬을 열고 있다. (사진=AFP)
지난해 9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 워싱턴DC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기술기업 경영진을 초청해 만찬을 열고 있다. (사진=AFP)
사회환원 없는 부호들…민주당도 큰손 의존 마찬가지

FT는 이런 풍경을 철도와 석유로 떼돈을 번 재벌들이 부와 권력을 거머쥐었던 19세기 말 ‘도금시대’에 비유했다. 겉은 황금빛이지만 속은 부패로 얼룩졌다는 뜻이다. 다만 퀸 슬로보디언 보스턴대 교수는 앤드루 카네기와 존 록펠러가 대학과 도서관을 세워 자선가로 칭송받은 것과 달리, 오늘날 테크 억만장자들은 자신들이 사람들의 삶에 몰고 온 혼란을 보상하는 어떤 ‘사회계약’에도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과두정치라는 표현을 일축한다. 데이비스 잉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들어 “뿌리 깊은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섰다”고 반박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지난해 백악관 회동에서 “이렇게 친기업적이고 혁신 친화적인 대통령은 신선한 변화”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공동창업자와 조지 소로스(75억달러·약 10조 5825억원), 로렌 파월 잡스(152억달러·약 21조 4472억원) 등이 당의 큰손이다. 역풍도 있다. 지난해 뉴욕시장 선거에서는 빌 애크먼 등이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가 당선됐다. 카나 의원은 도금시대가 반독점과 세제 개혁의 시대를 낳았다며 “미국에는 놀라운 자기교정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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