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에 따르면 열차 고장 건수는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열차 고장으로 인한 운행장애는 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건)보다 9건 늘었다. 특히 운행 20년 이상 노후 차량 비율이 고속열차 53%, 일반열차 62%에 달하면서 차량 성능 저하와 고장 위험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해외보다 높은 열차 운행률과 폭염·한파 등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차량 운행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예방정비부터 현장대응, 원인분석, 정비기준 개선으로 이어지는 정비 전주기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정비 인프라와 조직·인력까지 함께 개선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예방 중심의 정비체계를 구축한다. 고장 위험이 높은 노후 장치는 선제적으로 전면 교체하고, 연간 두 차례 이상 동일 고장이 발생한 장치는 고장빈발부품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고속열차 노후 전기장치 30개 품목은 오는 2030년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입해 교체할 계획이다.
고장 시 탈선을 유발할 수 있는 주행장치는 품질과 성능을 개선하고 정비 이력을 철도차량이력관리시스템에 등록해 관리한다. 정비 매뉴얼 작성·기록 방식도 개선하고 ‘정비 매뉴얼 경진대회’를 개최한다. ‘정비지도사’를 도입해 제3자 현장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야간 집중정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취약시간대 정비 품질도 높인다. 외주 정비는 업체 선정 단계의 현장실사와 부품 입고 시 현품시험 등을 통해 사전 검증을 강화한다.
AI 기반 상태기반정비(CBM) 체계도 도입한다. KTX-이음과 KTX-청룡 등 신규 차량에는 동력장치와 주행장치, 전력장치, 신호장치, 출입문, 냉난방기 등 16개 주요 장치에 센서를 설치해 차량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수집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의 부품 교체 시점을 산출한다. 정부는 운영기관과 제작사, 대학 등이 참여하는 CBM 센터를 운영해 현재 실시간 고장진단 수준에서 2028년 이상징후 진단, 2030년 잔여수명 예측 단계까지 고도화할 계획이다.
실시간 감시와 현장 대응도 강화한다. 운전실 운행정보 전송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주행장치 발열검지시스템을 대전·동대구·익산 등 주요 역사로 확대 설치한다. 또 고속선 칠곡~영천 구간 60㎞에는 차축온도감지장치(HBD)를 추가 설치해 차축 과열을 실시간 감시한다.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전국 어디서나 30분 이내(고속선 기준) 대체열차를 투입할 수 있도록 서울역, 광주송정역, 부산역, 수서역, 오송역, 경주역 등 6개 거점역에 예비열차를 상시 배치한다. 기관사와 승무원, 차량기술인력을 대상으로 표준교육자료를 제작하고 정기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중대사고 대응 표준매뉴얼도 재정비한다.
특히 탈선을 유발할 수 있는 동력·주행·제동 등 14개 주요 장치에서 고장이나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영업운행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해 정비되지 않은 차량을 운행할 경우 철도안전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적용하는 무관용 원칙을 시행한다.
고장 원인 규명 체계도 강화한다. 국토부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교통안전공단, 제작사 등이 참여하는 원인조사 TF를 운영해 주요 고장 발생 시 현장조사와 시험, 기술분석, 정비실태 점검 등을 실시한다. 조사 결과는 정비 매뉴얼과 차량 기술기준, 형식승인 제도 개선에 반영하고 이행 여부는 정기·수시검사를 통해 점검한다.
AI 차량유지보수 플랫폼도 개발한다. 차량 기술자료와 고장·사고 사례, 정비이력 등을 통합 분석해 실시간 정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운영기관별로 분산된 차량관리 시스템을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연계해 예방정비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차종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차량고장 사례집을 제작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공유하고 웨비나와 사례 중심 교육도 정례화한다.
정비 인프라와 조직도 손질한다. 국토부와 코레일, 국가철도공단은 합동 TF를 구성해 빗물 누수와 노후 설비 등 차량기지 정비환경을 개선한다. 정비 자동화를 위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차륜 자동검사시스템 기술개발과 차량기지 자동화 기술 연구를 추진한다. 위험도가 높거나 작업자가 기피하는 공정에는 정비로봇도 적극 도입한다.
이와 함께 수도권·부산권·호남권 등 차량기지 간 정비역량 격차를 줄이고 차종별·공정별 기술등급을 부여하는 사내자격제도를 도입한다. 4조2교대 운영체계에 맞춘 표준 인수인계 절차도 마련한다. 차량기지에 대한 정기심사 제도를 신설해 정비조직인증 기준 유지 여부를 점검하고 작업장 안전점검과 위험요인 개선, 정비인력 교육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철도안전종합시행계획’에 반영하고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이행 상황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노후화, 기후변화, AI 기술 등 열차 운행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비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예방 중심의 정비체계를 정착시키고 현장 대응역량과 정비기반을 혁신해 더욱 안전하고 신뢰받는 철도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