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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연주해야 했어요. 여성 연주자는 드레스를 통해 곡의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남성 연주자는 늘 정장 차림으로 연주를 해야 하죠. 제가 연주하는 곡을 의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침 양말이 생각나 세미 파이널을 마친 뒤 루마니아의 한 백화점을 찾아가 빨간 양말을 사서 신었어요. 그때 감사하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그 이후로 빨간 양말을 신고 연주합니다.”
물론 늘 빨간 양말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한 KBS교향악단 협연 무대에선 검은 양말을 신었다. 한재민은 “그날은 의상이 연미복이라 빨간 양말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신을 수 없었다”며 웃었다.
한재민을 대표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최연소’다. 만 5세에 첼로를 시작한 한재민은 만 8세에 최연소로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고,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발탁됐다. 2021년에는 15세 나이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까지 우승한 뒤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K클래식’의 새로운 기대주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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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민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음악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될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롯데콘서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게 돼 음악가로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라며 “두 번의 공연을 제가 직접 프로그램까지 기획하면서 많은 걸 고민하며 배웠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연주자로 도전하고 싶었던 무대를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로 마음껏 펼쳐 보인다. 오는 3월 27일 첫 번째 리사이틀은 다른 악기 없이 첼로만의 무대로 채운다. 존 윌리엄스의 세 개의 소품,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선보인다. 한재민이 꼽은 ‘메인 디쉬’는 코다이의 곡이다 .한재민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데다 잘 맞는 곡”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30일에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은 한재민이 직접 섭외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트스 크리스토프 바라티, 그리고 절친한 피아니스트 박재홍의 트리오 무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트리오 엘레지 1번, 드보르작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한다. 한재민은 “가슴 속에 품어왔던 프로그램을 좋은 공연장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부담도 있지만, 기대가 더 되고 설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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