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도 '명품 공룡' 나오나…11.3조원 '빅딜' 걸린 이 재판

방성훈 기자I 2024.09.19 14:34:22

FTC 코치-마이클코어스 반독점 소송 30일 최종 변론
유럽 LVMH·케링급 美 명품 업체 탄생 주목
향후 美패션업계 M&A에도 추가 영향 미칠 듯
재판 개시후 주가 상승…투자자들은 승소 베팅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달 말 미국의 패션업계를 뒤흔들 세기의 재판이 열린다. 명품 핸드백 브랜드 코치의 모회사인 태피스트리가 마이클코어스를 소유한 카프리홀딩스(이하 카프리)를 인수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난다. 무려 11조 3000억원 규모 ‘빅딜’이 걸려 있는 재판이다.

(사진=AFP)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4월 태피스트리와 카프리의 인수·합병(M&A)에 반대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과 관련, 최종 변론이 오는 30일 이뤄진다. 양사의 M&A는 85억달러(약 11조 3000억원)에 달하는 ‘빅딜’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영난이 심화했을 때 추진됐다.

판결 결과에 따라 앞으로 미 패션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이 기업 측의 손을 들어주면 미국에서도 유럽의 LVMH와 케어링, 리치몬트, 에르메스 등과 같은 대형 명품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태피스트리는 코치·케이트 스페이드·스튜어트 와이츠먼 등 명품 브랜드의 모회사다. 카프리는 마이클코어스, 베르사체, 지미추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반대로 FTC의 손을 들어주면 앞으로 미국에서는 대형 명품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워진다. 두 회사는 앞서 유럽연합(EU)과 일본에서는 지난 4월 초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았으나, 정작 모국인 미국에서는 반대에 부딪혀 FTC 제소 당시 ‘이례적’, ‘미 패션 업계 M&A 사상 초유의 사태’ 등의 평가가 나왔다.

경쟁이 사라지면 미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할인 등의 혜택이 없어지고, 품질은 저하되면서 제품 가격은 인상될 수 있다는 게 FTC의 주장이다. FTC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100~1000달러 사이의 핸드백 시장을 ‘접근 가능한 사치품 시장’으로 규정하고 반독점 우려를 제기했다. 이 시장에서 마이클코어스, 케이트 스페이드, 코치 등 세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50%를 훌쩍 웃돈다는 것이다.

화이트 앤드 케이스 로펌의 파트너인 조지 폴은 “확실한 경쟁업체를 인수하려는 고객은 시장에 다른 기업이 많더라도 심각한 규제 리스크를 겪게 될 것”이라며 “(판결) 문서에 그런 종류의 언어가 (담겨)있다면, 시장이 어떻든 규제 기관이 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앞으로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TC는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탈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태피스트리와 카프리 측은 시장에 수백개의 다른 브랜드가 있다며, 현재 핸드백 시장은 매우 치열한 경쟁 상태라고 반박했다. 특히 코치와 마이클코어스의 경우 고급 명품 브랜드인 셀린의 제품부터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저가 제품들까지 다양한 가격대에서 수많은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두 업체는 강조했다.

또 다양한 소득 계층의 소비자들이 자신의 수입에 걸맞게 각기 다른 가격대, 다른 브랜드의 핸드백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의 변호사는 “같은 소유주 아래 있더라도 각 브랜드 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모든 브랜드가 성장할 수 없다면 이 거래는 처음부터 성사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판이 개시된 지난 9일 이후 두 회사의 주가는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태피스트리·카프리 측의 승소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태피스트리는 카프리 지분을 주당 57달러에 매입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주가 대비 약 40%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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