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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달러화 모델 따라갈듯
CNN은 19일(현지시간) 밀레이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만약 밀레이 당선인이 페소화를 포기하고 달러화를 법정 통화로 사용한다면 이는 아르헨티나를 미지의 영역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극도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면서도 에콰도르의 사례를 소개했다. “에콰도르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달러화를 전면 도입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IPC)는 전월 대비 8.3%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42.7% 폭등했다. 3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에콰도르는 지난 2000년 1월 자국 화폐인 수크레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화를 도입했다.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화폐를 찍어내지 않고 달러화 수입량을 기준으로 통화량을 맞추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밀레이 당선인의 경제 책사인 에밀리오 오캄포 아르헨티나 세마(CEMA·거시경제연구센터) 교수 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연구원에게서 나왔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을 해도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있다. 그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달러화 도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에콰도르 경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달러화 채택과 함께 마법처럼 인플레이션이 잡혔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00년 에콰도르의 물가 상승률은 96.1%에 달했다. 그런데 2001년 37.7%로 가라앉더니 2002년 12.5%→2003년 7.9%→2004년 2.7%→2005년 2.2%→2006년 3.3% 등으로 빠르게 낮아졌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한자릿수대를 유지했다. 에콰도르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와 러시아에 이어 남미를 덮친 경제위기 충격파 탓에 1999년 당시 성장률은 -4.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1980년대보다 오히려 더 나은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달러화가 주는 안정성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늘고 무역이 활발해진 덕이라는 분석이다. 나라 경제를 운용하는데 물가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에콰도르의 달러화 채택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물가 잡았지만 통화주권 빼앗겨
그렇다고 꼭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에콰도르는 인플레이션의 악몽은 잦아 들었지만 금융 시스템이 미국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에콰도르의 통화 주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구조다. 아울러 달러화가 강세를 띨 경우 수출이 줄어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 역시 있다. 달러화 흐름은 에콰도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밀레이 당선인의 급진적인 경제정책은 에콰도르의 길을 따라갈 게 유력하다. 그는 지난 9월 한 인터뷰에서 “(당선이 되면 달러화 도입 아이디어를 낸) 오캄포 교수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할 것”이라며 “그는 중앙은행 폐쇄 임무를 맡는다”고 했다. 오캄포 교수는 ‘달러화: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책을 통해 에콰도르식(式) 정책을 예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아르헨티나의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고 규정지었다. △1980년대 페소화를 호주달러화로 대체 △1990년대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제 도입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는 미국 외에 총 7개의 주권 국가에서 법정 통화로 쓰이고 있다. 이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에콰도르인데, 아르헨티나 경제는 에콰도르의 수배에 달한다. CNN은 “아르헨티나 경제 정도 되는 그 어떤 나라도 워싱턴에 통화정책 결정권을 넘긴 곳이 없다”며 “밀레이 당선인의 비전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밤 당선이 확정된 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엘리베르타도르 호텔 선거 캠프에 준비된 단상에 올라 “점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고 급진적인 변화만이 있을 뿐”이라며 “세계 모든 국가에게 기존의 아르헨티나는 끝났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