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로 거두기 어려운 수익률이지만, 놀랍게도 아프리카 내륙에 있는 한 국가의 기준금리이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울트라스텝(1%)까지 고민하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와중과 비교하면 한없이 높은 수준이다.
◆ 세계 최고금리 노린다면 ‘짐바브웨’
17일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기준금리가 가장 높은 국가는 짐바브웨 공화국이다. 이 나라의 기준금리는 이날 현재 200%에 이른다. 단순히 이대로 예금 금리에 적용하면, 저금으로 1년 만에 3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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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 가려져서 그렇지, 남미의 아르헨티나 기준금리는 75%로 세계 최정상급이다. 코로나 19 당시 40%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들어 급격하게 금리를 올려잡았다. 남미의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기준금리도 57.6%로 상당하다. 아프리카 수단(27.3%)과 가나(27%) 그리고 전쟁을 겪는 우크라이나(25%)가 뒤를 잇는다.
주요 20개국으로 압축해보면, 앞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브라질(13.75%)과 멕시코(10.5%)가 10%대 기준금리를 유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발발한 러시아는 7.5%이다.
세계 최저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0.1%)과 뒤를 이은 스위스(1%)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의 금리 수준이다. 한국(3.5%)과 미국(최고 4.5%)과 견줘서도 마찬가지다.
◆ 돈이 많아도 돈값 못하면 꽝
기준금리는 해당 국가의 경제적 사정과 맞물려 움직인다. 통상 기준금리는 화폐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인플레이션 우려(화폐가치 하락)가 커지면 기준금리가 인상하는 식이다.
세계 최고 기준금리국가 짐바브웨는 금융 위기를 겪으며 경기 침체에 이르러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뒤따랐고 화폐가치가 급락했다. 짐바브웨가 금리를 200%로 결정할 당시 연간 물가 상승률은 191%였을 정도다. 현지인이 돈다발을 수레에 싣고 장을 보러 가는 모습이 단적인 예이다.
이러니 세계 최고 금리로 몰리는 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실질이자율(명목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이자율)은 2021년 기준으로 -31.8%이다. 여기서 얻은 명목상 200% 수익을 실현하려면 다시 외화로 바꿔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구매력이 하락한 데다가 화폐 가치도 엉망이니 위험이 크다.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GDP 기준으로 세계 27위(2021년 기준)의 경제 대국이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83%에 이르렀다. 올해 전망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최소 60%로 낙관하지만, 투자은행은 110% 수준으로 우려한다.
◆ 총칼 없지만, 전쟁 같은 통화정책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는 미국보다 잘 살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국가의 채무를 갚지 못하는 모라토리엄을 연달아 선언하고 IMF 구제금융을 받는 경제위기를 겪었다. 이 여파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와 정책의 실패와 이에 따른 산업 체질개선 실패의 결과로 요약된다.
전쟁을 겪는 우크라이나도 급격히 오른 물가 탓에 고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러시아 폭격으로 기간 시설이 마비된 가운데 발전소 파괴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중앙은행은 작년 6월 기준금리를 기존 10%에서 25%로 2.5배 올려 대응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4분기 연간 물가상승률은 2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