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넘어 국가 미래대전환 준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이재운 기자I 2019.08.12 11:16:01

지명 이후 12일 오전 첫 출근길서 밝힌 '일성'
"이전 어느 때보다 우리 역사에서 기술 중요해"
"R&D 프로세스 쇄신..기초과학 강국 기반 조성"
조직개편 방통위 입장 존중..클라우드 더 노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 과천과학관 어울림홀로 출근, 취재진에게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막중한 시기다. 일본과 (무역분쟁) 관련 요소는 물론 R&D(연구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쇄신을 이뤄 국가 대전환을 이끌겠다.”

최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업무파악과 청문회 준비를 위해 첫 출근을 하며 남긴 일성이다. 일본의 차세대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로 불거진 분쟁 상황에서 기술 발전의 콘트롤타워 수장을 맡게 된 데 따른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12일 오전 최 후보자는 국립과천과학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수 그만두면 새벽까지 논문 쓰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했다”는 농담과 함께 후보자 지명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기술 발전은 취향 아닌 ‘생존’ 문제”

최 후보자는 “지금은 세계적으로 격변의 시기이고, 그 핵심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있다”며 메르스(MERS), 가습기 살균제, 조류독감(AI) 등으로 높아진 기술에 대한 국민적·사회적 관심을 언급했다. 그는 기술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욱 커지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기술 발전은 이제 취향이 아닌 생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그간 기업과 학계에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 위주로 경력을 쌓아온 점을 두고 “과기정통부가 살펴야 할 넓은 분야의 일부”라면서도 “다양한 직군과 협업해 성과를 이룬 제 경험이 과학기술과 R&D, 그리고 여기에 기반한 정보통신 분야에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에 따른 최근의 논란·위기감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분명 잘해왔지만, 탄탄히 기초를 다지고 더 나아가겠다”며 “일본 수출규제 관련 정책뿐 아니라 향후 국가 미래 대전환을 준비하는 ‘쇄신’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초소재를 비롯해 전반적인 R&D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겠지만 국민 세금이 헛되게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이어 “기초 과학이 바탕이 돼야 경제가 성장하고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한국이 기초과학으로도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창의성을 통한 도전적 시도가 가능하게 만들고, 시민들에게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이밖에 전임자인 유영민 현 장관 지휘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 성장이 원활히 이뤄져왔다는 점을 언급하고, 향후 학계와 산업계가 창의적 R&D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같은 다양한 지원을 위해 현장과 소통에 힘쏟겠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 규제 일원화 방통위 입장 존중..클라우드 더 노력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타 부처와의 조율과 협업을 강조했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제기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역할 조정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진 못했지만, 기술발전이나 산업화는 과기정통부가 역할을 하겠지만 방통위 소관 업무에 대해서는 그쪽(방통위)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또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 산업 발전에 대해서는 이미 마련된 ‘5G+ 전략’을 토대로 응용 콘텐츠(애플리케이션 등) 개발에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지원을 약속했고, R&D 프로세스 혁신에 대해서는 “예민한 부분인 만큼 나중에 다시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기초 기술을 잘 개발해 장기적 안목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R&D에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플랫폼 등에 대한 육성·확대 전략에 대해서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중요한 요소인데 과기정통부가 거기 신경 써온만큼 더 노력해 잘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후보자는 1955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금성사(현 LG전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업체 미국 케이던스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해왔다. 지난달 25일에는 과기정통부 주도로 결성된 ‘지능형 반도체 포럼’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지능형 반도체 연구와 인력양성, 연구 로드맵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아래는 소감 발표 전문.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국립과천과학관 입구에서 기자들 앞에 서서 지명 소감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이재운기자
안녕하세요.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을 받은 최기영입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격변의 시기이고 그 핵심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있습니다. 최근 크게 이슈가 된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과학기술, 정보통신과 관련이 있습니다. 메르스(2015), 알파고(2016), 가습기살균제(2012), 공유자통차(2018), AI(조류독감, 2016) 등이 그 예입니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점검 더 커질 것입니다. 과학기술, 정보통신은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이 하루라도 없으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과학기술은 현대인의 취향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한 국가의 과기정통부 수장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저는 오늘 그런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경력의 대부분을 반도체와 AI 분야의 연구자로서 보냈습니다. 제 연구분야와 경험은 과기정통부가 살펴야 할 넓은 분야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을 해 성과를 이루어온 저의 연구자로서의 경험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분야의 R&D, 이에 기반한 산업의 활성화, 나아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의 중장기 과학기술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로서, 관련하여 기초를 철저히 다진다는 마음가짐으로 해당 분야 연구 개발을 촉진하고, 관련 부처와 협력하면서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일본 수출규제에 해당하는 정책만이 아니라, 향후 국가의 미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과학기술, 정보통신 정책의 쇄신을 이루어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분명히 잘해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합니다.

우선, 소재 및 관련 기술의 자립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R&D 프로세스를 점검해 혁신을 이루어 나가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예산이 투입되겠지만 발등의 불을 끄겠다고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헛된 곳에 낭비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 동안 유영민 장관의 지휘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네트워크, AI 등과 관련한 산업 육성의 기초가 마련되어왔습니다.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과학기술정책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면도 소홀히 해선 안됩니다. 혁신적인 기술은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서 발전한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기술발전이라는 목표 외에도, 기초과학은 인류의 지식을 확장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 분야입니다. 한국이 기초과학으로도 자랑스러운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과학기술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도전적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인의 연구가 사회적인 의미로 시민에게 다가설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과기정통부의 역할은 학계와 산업계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또한 이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목표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항상 현장의 연구개발자와 국민과의 소통에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지금보다 더 과학기술의 역할이 중요한 때는 없었고, 앞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과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습니다.

당분간은 청문회 준비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기자분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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