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적막감 도는 거제 대우조선, 1년간 1만5천명 사라졌다

성문재 기자I 2017.02.16 11:29:09

하루 근무자 5만명서 3만5000명으로
인산인해 속 적막감 감도는 출근길
머스크 초대형 컨선 시운전 후 4월 인도
"야드는 호황기 때와 비슷"..내년이 문제"

지난달 12일 오전 7시30분경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을 통해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선박 건조에 사용될 강재들이 한쪽에 쌓여있다. 사진= 한대욱 기자
[거제=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지난 14일 오전 7시 해가 온전히 뜨지 않아 아직 어스름이 깔린 시간, 대우조선해양(042660) 거제 옥포조선소 서문은 출근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시릴 정도로 체감온도는 낮았다. 회색 작업복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맨 차림이 어색하지 않았다.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횡단보도 바닥이 안 보일 만큼 빽빽한 인파가 끊임없이 길을 건넜고 통근버스가 줄줄이 통과했다. 오토바이 부대는 서문 앞 주차장소를 찾느라 분주했고 야드 내 주행이 가능한 자전거 부대는 유유히 입장했다. 이날 옥포조선소로 출근해 근무한 인력은 3만5000여명이다. 3년전 고유가로 해양플랜트 시황이 피크를 치고 2015년까지 하루 약 5만명이 근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미 30% 줄었다.

작년부터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했고 올해도 그에 못지않은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된 탓일까. 출근길 웃는 표정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동료를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거나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전 7시30분이 넘자 출근인파는 부쩍 줄었다. 서울의 오피스 직장인들은 이제 막 러시아워 출근전쟁을 치를 시간인데 거제 조선소는 이미 상황 종료였다. 아침 식사를 위해 찾은 서문 앞 국밥집. 24시간 체제로 돌아가는 일부 조립공정 작업자들이 아침 퇴근 후 식사를 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테이블에는 이미 소주병이 사람수 만큼 놓여 있었다. “또 자른다고 하는데 우린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까”라는 한 근로자의 푸념섞인 말이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오전 9시30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을 통해 야드로 향했다. 아침에 봤던 그 수많은 인파들이 다 자기 자리를 찾아간 뒤라 그런지 사람들보다는 길 옆에 적치된 수많은 강재와 블록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재 절단장에서는 플라즈마 절단기가 연보라색 불빛을 내며 남성 손바닥 두께만한 철판을 잘라내고 있었다. 설계 부서에서 보내준 도면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엔터키만 치면 절단기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200만~300만도의 고열을 가하면서 도면대로 철판을 오려낸다.

이렇게 잘린 철판들은 한쪽에 쌓여 있다가 조립공장으로 옮겨져 블록 단위로 조립된다. 때마침 길이 30m, 폭 10m, 무게 400t의 LNG운반선 블록이 도장작업을 마치고 트랜스포터에 실려 블록적치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보다 10배 더 무거운 4000t급 슈퍼블록이 10~11개 붙으면 배 한척이 뚝딱 완성되는 식이다.

머스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A안벽에서 마무리 작업과 함께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 한대욱 기자.
제1도크 앞 A안벽에는 낯익은 이름을 새긴 커다란 배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가 지난 2015년 6월 발주한 1만963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 중 1호선이다. 오는 4월 인도를 앞두고 안벽에 붙은 채로 엔진이 잘 도는지 평형수 탱크의 균형은 맞는지 등을 시운전하고 있다. 2호선과 3호선은 각각 플로팅도크에서 건조중이며 오는 5월과 7월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현재 착공에 들어가있는 배가 40~50척 정도로 아직은 호황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면서도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도크의 배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작년말 기준 상선 82척, 해양플랜트 12척, 특수선 20척 등 총 114척의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다. 조선 빅3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작년 신규 수주실적은 상선 9척, 특수선 2척뿐이다. 해양플랜트는 2015년에 이어 2년째 수주 ‘제로(0)’다. 올해는 최근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하긴 했지만 본계약은 4월이나 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아직 확정된 수주가 없다는 뜻이다.

한때 전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며 바다를 호령해 온 조선산업의 메카인 거제도가 다시 과거의 활력을 되찾고 세계 1위 조선국가로서의 위상을 떨치기를 기원해본다.

대우조선해양 연도별 신규수주 실적 추이 및 2016년말 현재 수주잔량(단위: 척, 자료: 대우조선해양)
조선 빅3의 2016년 생산량 및 2017년 수주잔량(단위: CGT, 자료: 클락슨)
제1도크에서 건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앞뒤 양옆으로 2척씩 총 4척이 동시에 드라이도크에서 건조되며 5주마다 수문을 열어 앞쪽 2척씩 진수한다. 사진= 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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