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해소에 전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는 일상생활 속 규제를 없애는 데 주력한다. 2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일상 속 골목규제 뽀개기’ 행사에서는 배리어프리(장애인 물리적 장벽 제거) 키오스크, 반려동물 동반 카페, 전통주 등 총 6개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늘고 있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한 반려동물 동반출입 카페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업주가 허용하면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을 제한하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동물의 출입이나 사육을 수반하는 영업을 하려면 영업장을 분리해야 한다.
동물 출입으로 인해 식품 위생 관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물림이나 감염병 등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글로벌 펫프랜들리 인증’과 같은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매장 내 서비스 기준을 규격화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조용혁 한국법제연 규제법제연구센터장은 “동물 카페를 한다면 영업장을 구분해야 하지만 일반 카페는 점주 재량에 따라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다”며 “다양성과 대안을 생각하지 않은 채 규제가 생겨난 측면이 있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합리적 기준에 따라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생체정보를 활용한 반려동물 등록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현행법상 동물 등록 방법은 내장형 마이크로 칩과 외장형 태그 등 두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 삽입하는 내장형은 심리적 거부감과 비용 부담이 크다. 만약 MRI를 찍어야 할 경우 전파 간섭을 일으키므로 제거수술을 해야 한다. 외장형은 부착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는 “지문이나 홍채와 같은 생체정보 등록방식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면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반려동물 유기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 가입률이 1%에 불과한 펫보험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장애인들의 물리적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배리어프리(BF) 키오스크’ 설치 의무가 소상공인에게 부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따라 오는 2025년 1월부터 바닥면적 50㎡ 미만인 시설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일반 키오스크는 200만~500만원에 구매할 수 있지만 BF 키오스크는 약 1600만~3000만원 수준이다. 소상공인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를 사용하는데 오히려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은 “장애인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키오스크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작은 요소만 추가해 물리적인 장벽을 제거할 수 있지 않겠냐” 등의 의견을 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화장품 리필 판매 관련 규제도 거론됐다. 화장품을 소분 판매하려면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가 상주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소분 판매임에도 조제관리사의 상주 의무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이설훈 동덕여대 화장품학과 교수는 “단순히 원료 소분만 하는 것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다”며 “위생에 대해서만 교육을 받는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용 전기자전거, 배달·택배 갈등해소 열쇠될까
화물용 전기자전거를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주문도 제기됐다. 현재 전체 중량 30㎏ 미만의 경우에만 자전거로 규정하고 있어 화물용 전기자전거의 개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전기자전거 중량 제한을 하지 않아 친환경 라스트마일 물류 수단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화물용 전기자전거 활용이 가능하면 교통체증이나 주정차 문제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수단이라는 장점도 있다.
마종수 한국유통연구원 교수는 “화물자전거 규제가 풀려 도로를 다닐 수 있다면 환경오염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소비자, 사업자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주문도 나왔다. 원료 생산지 규제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할 경우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강화도 쌀이 주원료인 업체가 제주산 귤피를 첨가할 경우 전통주가 아니게 되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1년 인접지 이외의 원료를 5% 가량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범위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현재 법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철 서울벤처대 융합산업학 교수는 “소비자 편익과 제조자의 다양성 측면에서 해당 규제는 풀어주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다른 지역의 재료를 아무리 적게 쓰더라도 결국 우리 지역의 전통주가 그 재료의 특성을 지니게 돼 다른 지역의 전통주처럼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