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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천안=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남도가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부산과 대구, 광주 등 타 시·도에서 치열한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지역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충청권 내 대전에서도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전에 참전 의사를 표명하면서 자칫 공약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충남 지역정책과제 국민 보고회 자료에 치의학 연구 기반이 조성돼 있는 천안시에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명시했다. 이에 맞춰 충남도와 충남 천안시, 단국대, 오스템임플란트, 충남치과의사회 등은 지난해 11월 치의학연구원 공동 유치 협약을 체결했다. 천안은 인구 1000명당 치의학 수련의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정부의 치의학 관련 연구기관이 밀접해 있어 치의학연구원의 최적지로 꼽힌다. 충남도 역시 치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미래의료 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 발표를 미루면서 부산과 광주, 대구 등 전국적으로 연구원 유치에 뛰어들었다. 우선 부산시는 지난해 3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치의학연구원 설립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같은해 11월 부산치과의사회가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광주의 경우 광주시치과의사회가 치의학연구원 유치 관련 심포지엄을 열었고, 광주시의회는 5분 발언을 통해 연구원 유치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같은 충청권인 대전에서도 대전치과의사회를 중심으로 치의학연구원 유치에 나섰다. 국립치의학연구원 대전시민유치위원회는 지난 18일 국립치의학연구원의 대전 유치를 위한 선포식을 가졌다. 유치위는 대전치과의사회와 치과보철학회 대전충청지부, 원광대 대전치과병원 등이 참여했다. 기태석 국립치의학연구원 대전시민유치위원장은 “치과의료 현장에서 디지털기반 첨단 의료기술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술이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으로 임상에서 요구하는 치과 의료기술을 개발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글로벌 선도 연구기관으로서의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풍부한 기술인프라와 우수한 연구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전이 연구원 설립의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대선 공약으로 추진 중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에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공모 사업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충남도는 발끈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청권 메가시티 건설 등 충청권의 공조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대전이 충남의 공약 사업에 뛰어들면 안된다”며 “이미 시·도지사 협의에서 대통령 공약 사항은 앞으로 공모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칫 이 사안으로 충청권 공조가 깨질 수 있다”며 “대통령 충남공약에 대전이 끼어드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충남의 대선 공약사업인 국립경찰병원 분원 설립은 전국 공모사업으로 전환, 지역에서 큰 반발이 이어졌다. 연구원 유치를 위해 공을 들여온 충남 천안에서도 최근의 움직임에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충청권 화합을 위해 최근 연합체를 구성해 나가고 있는 시국”이라며 “대전이 먼저 연구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경쟁자로 나선다는 것은 공조 틀을 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충청권 공조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시장은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과 관련해 “대통령 지역공약에 포함된 만큼 (충남이) 잘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맞다”고 전제한 뒤 “서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며, 충청이 서로 협력할 일이 많다”며 충청권 협조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치의학연구원 설립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별도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역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공약 이행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