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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도소 등 교정기관에서 재소자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민감한 병력이 노출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교정기관에서 HIV 감염자 등 수용자의 민감한 개인 병력이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과 이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해 각 교정기관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올해 초 A 교도소의 수용자인 진정인들은 “A 교도소에서 HIV 감염자인 자신들을 이송 때부터 격리수용하고 생활하는 거실에 ‘특이환자’라는 표식을 했을 뿐 아니라 교도관들이 의료수용동 청소도우미 및 동료수용자에게 HIV 감염 사실을 노출시켰다”며 “또한 다른 수용자와 같은 시간 대에 운동할 경우 운동장에 선을 그어 분리하는 등 행위를 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의 조사결과 A 교도소는 진정인이 교도소에 이입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HIV 감염자들만을 같은 방에 수용시키고, 의료수용동 청소도우미들은 업무 인수과정에서 이전 청소도우미로부터 피해자들의 병명에 대해 전해 듣거나 교도관의 업무를 보조하는 과정 등에서 진정인들이 HIV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도관들이 일상생활에서 전염성이 없는 HIV 감염 수용자들을 다른 수용자와 시간대를 달리해 운동을 시키고, 다른 수용자와 함께 운동을 할 경우 운동장에 줄을 그어 분리한 사실도 확인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 HIV 관리지침’에 따르면 △HIV 감염자가 사용한 물건과 단순한 접촉한 경우 △식탁에 같이 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경우 △서로 만지고 껴안고 악수를 하는 등의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경우 △같은 방을 사용하거나 공공시설을 같이 쓰는 경우 △수건이나 옷 등을 같이 쓰는 경우에도 HIV는 감염되지 않는다.
인권위는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단지 HIV 감염자라는 이유로 부분 격리수용해 공동체 생활에서 배제하고 다른 수용자와 시간대를 달리해 운동 시키거나 운동장에 줄을 그어 분리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피해자들이 생활하는 거실에 특이환자라는 표식을 하는 등 피해자의 HIV 감염사실을 노출한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법무부에 대한 권고와 더불어 A 교도소장에게 피해자를 포함한 HIV 감염자들이 과도하게 기본권이 제한되거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 직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