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살인' 실화 그 이후..."처음엔 놀랐지만 아내와 손잡고 볼 것"

박지혜 기자I 2018.09.28 14:04:1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의 피해 유가족 측과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측의 법적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또 다른 피해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영화 개봉을 응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7일 ‘암수살인’ 사건의 실제 피해자 아들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쓴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우선 밝혀진 다른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면서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201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피해 사실에 대해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촬영한 이유는 하나였다.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현재 3살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저희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아지고 개선됐으면 한다”며 “남아 있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에 복귀할 수 있게끔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줄이는 방법은 사회적인 관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저도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처음엔 놀랐다. 허나 제가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슬픔은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가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풀어졌으면 한다”면서 “7년 만에 어머니를 찾게 해주신 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힘겨운 일이지만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암수살인’은 감옥에 갇힌 살인범(주지훈 분)이 한 형사(김윤석 분)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하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2010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실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했거나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해 공식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암수범죄’에 대해 다룬다.

실제 사건은 지난 201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감옥에서 온 퍼즐-살인리스트의 진실은? 편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앞서 2007년 부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여동생이 영화가 해당 사건을 유사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환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가처분 심문 기일에서 피해자 여동생 측은 “인격권 침해”라며 영화에서 실제 사건이 그대로 재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쇼박스 측은 “우선 영화제작사가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점은 변론에 앞서 사죄드린다”면서도 “어깨가 부딪히면서 ‘묻지마 살해’가 벌어지는 구성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이라 유족의 동의를 법적으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개봉 당일인 오는 10월 3일 전인 1일이나 2일께 상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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