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산업연구원(KIET)문종철 연구위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강하연 국제협력본부장과 라성현 연구위원에게 물어보니,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망중립성 원칙은 폐지에서 2015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플랫폼)기업에 대한 면책 조항인 ‘통신품위법 230조’는 누가 되든 개정이 추진되고,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에 대한 규제도 공정경쟁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화웨이 5G 장비 공급 배제 같은 중국 제재 정책 역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중국 제재가 다자주의 관점에서 진행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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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원칙 회복..넷플릭스 소송 등 국내 영향은 적어
바이든 당선 시 망중립성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으로 돌아가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가 인터넷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속도를 늦추는 걸 금지하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아짓 파이 미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폐기됐다.
라성현 KISDI 연구위원은 “바이든 공약집에는 없지만 민주당 로드맵에 보면 망중립성을 회복하겠다는 얘기가 있다. 바이든이 되면 2015년 수준으로 회복을 추진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망중립성 유지 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망중립성은 넷플릭스가 통신망 사용 비용을 내라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도 이슈화됐다. 지난주 공판에서 재판장이 넷플릭스 소송대리인에게 망중립성 논문 화면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논문 어디를 봐도 돈 받지 말라는 내용은 없지 않느냐”고 질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 미국에서 망중립성이 살아나도 공짜망 사용과는 무관하다”며 “넷플릭스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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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업 면책조항 줄어들고 빅테크 기업 규제도 여전
인터넷 기업 면책조항 ‘통신품위법 230조’와 미 법무부의 구글 제소와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의 ’디지털 시장의 경쟁조사‘ 보고서로 촉발된 ’IT거대기업 규제’ 역시 대선과 무관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기업들이 제3자가 올리는 유해물 등으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포털 등 인터넷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강하연 KISDI 국제협력본부장은 “테크 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은 트럼프뿐 아니라 민주당도 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해 가짜뉴스 방지를 이유로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법 개정이 추진될 것”이라며 “바이든이 된다면 트럼프와 달리 실리콘밸리 우호 정책을 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종철 KIET 연구위원은 “빅테크 기업 종사자들이 자유분방해서 이해관계를 떠나 바이든을 지지할 뿐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누가 돼든 강화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나를 공격해?라는 관점이라면 민주당은 가짜뉴스 관련 플랫폼의 책임, 공정거래(반독점)에 민감하다”고 평했다.
◇중국 제재는 초당적인 것..방법은 변할 수도
문 연구위원은 “바이든이 되더라도 중국 압박의 고삐를 풀지 않을 것”이라며 “워싱턴에서는 초당적으로 더이상 중국이 성장하는 걸 지켜보기 어렵다는 컨센서스가 있다. 특히 기술 유출 방지에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은 경제·통상보다는 정치·외교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이어서 한미동맹에 확신을 준 나라와 아닌 나라를 구분해 트럼프보다 더 차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드 배치 때처럼 외교 문제가 경제로 불똥이 튀는 것”이라고 했다.
강 본부장은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중국 때리기를 했다면 바이든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외교 정책 기조인 다자주의를 존중하면서 외교적인 절차나 방법론을 활용할 것 같다”면서 “미국 단독이 아니라 G20에서 이슈화하거나 다자포럼에서 논의하는 방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미국 대선 이후에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국내 IT 기업들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