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몰린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 70% 이상이 20~30대
SNS에 독서 인증, 책 추천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매김
전자책·오디오북·팝업매장
종이책 넘어 `읽는 방식` 확장
|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한 학생이 출판사 부스에 마련된 헤드셋을 차고 시를 감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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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달 26~30일 닷새간 치러진 서울국제도서전에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무려 15만명.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서전을 찾은 총 관람객 수 13만명보다 약 15.4% 증가한 수치다. 대다수는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랭키파이 분석에 따르면 20대(45%), 30대(28%) 관람객 비중이 전체 73%에 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도서전을 N차(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출판사 전시 공간을 찾아 굿즈(사은품)를 덤으로 받고 인증샷(기념사진)을 찍는 등 도서전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했다. 소위 요즘 젊은이들이 ‘책을 읽는 방식’인 셈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읽기의 확장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
영국 가디언이 지난 2월 내보낸 기사 문구다. 가디언은 이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태생) 사이에서 종이책을 읽는 행위가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Z세대가 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지난해 영국에서의 책 판매도 역대 최고 수준인 6억6900만권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 지난 2월 영국 매체 가디언은 ‘독서는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는 제목으로 Z세대가 다시 종이책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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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22년 영국출판협회(PA)가 16∼25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8%가 ‘북톡(책+틱톡)에서 소개한 책을 산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플랫폼 내 영문 해시태그 ‘BookTok’을 단 게시물도 3370만개에 달했다.
국내 Z세대 사이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틱톡(짧은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독서를 인증하거나 책 추천, 글귀 등을 공유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가 된 것이다.
최근 들어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가 Z세대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텍스트 힙이란 ‘활자’를 의미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다, 개성 있다’라는 은어 ‘힙(Hip)하다’의 합성어로, 독서, 기록 등의 텍스트 콘텐츠를 힙하다고 여기는 새로운 경향을 가리킨다.
출판업계에서도 이런 변화를 감지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팝업 스토어(깜짝 매장)를 활용해 책을 홍보하는 사례가 늘었다. 출판사 창비는 지난 5월 창비시선 500호 출간을 기념해 서울 망원동에 팝업매장 ‘시크닉’을 열고, 한정판 굿즈(기획 사은품)와 전시, 체험 행사를 선보였다. 온라인에서의 독서모임도 활발하다. 그믐을 비롯해 민음북클럽, 마음산책북클럽, 북클럽문학동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문학과지성사의 북클럽 문지기 등 출판사마다 온라인 모임을 개설하고 있다.
◇셀럽(연예인) 추천에 책 품귀 현상
‘그’(녀)가 읽으면 ‘나’도 읽는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Z세대에게 영향력이 큰 아이돌(연예인)이나 유명인(셀럽)의 독서 관련 콘텐츠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려 10년 전 펴낸 800쪽짜리 벽돌책인 철학서 ‘불안의 서’(봄날의책·2014)는 배우 한소희가 추천하면서 품귀 현상을 겪었다. 배우 문가영이 쓴 첫 산문집 ‘파타’(PATA·위즈덤하우스)는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 시작 하루 만에 ‘중쇄’를 찍었다. 독서 행위가 ‘힙하고 멋진’ 이미지로 각인된 것이다.
| 배우 한소희가 추천한 ‘불안의 서’, 배우 문가영이 쓴 산문집 ‘파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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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을 ‘보여주기식’ 독서로 깎아내리는 시선도 있다. 유명인의 책을 따라 구매하는 것이 ‘SNS 과시용’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독서 문화를 가볍게만 볼 수 없다는 게 출판업계 얘기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보기(영상) 채널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오히려 읽는 게 멋져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Z세대가 독서를 쉽고 재밌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책을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난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전통적인 종이책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 책 읽는 방식을 확장하고 있다.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도 찾고, 서점, 도서관도 간다. 책을 구입하는 행위 자체도 읽기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러한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 뉴진스 ‘버블검’ 뮤직비디오에서 민지가 읽던 책은 민음사가 펴낸 ‘순수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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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방탄소년단) RM이 읽고 있는 책은 디자인하우스가 펴낸 ‘다시, 그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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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세라핌의 허윤진이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읽고 있는 책은 가와카미 미에코의 ‘젖과 알’ 영문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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